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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Jun 25. 2021

라오스, 시골마을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

바다, 강, 수영장, 그리고 이곳

라오스의 메콩강.

라오스에 오게 되면 이곳에서 어망을 펴고 고기를 낚는 사람들. 낚싯대로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 그리고 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태국과 국경 경계선으로 밀입국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에 허가받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메콩강에서 배를 타거나 강가에 들어가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는, 인근의 태국과는 달리 물을 접하기 위해서는 메콩강을 가야 한다.

메콩강이 아니라면 수도 인근에 지어진 호텔과 리조트의 수영장을 이용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수도 비엔티안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또는 중상류층을 위한 수영장 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개인주택 중에서는 수영장을 포함하고 있는 집들도 있다. 물론 일반 서민들이 살기에는 만만치 않은 가격의 집들이다.


아프리카에서도 바다가 없는 나라의 사람들이지만, 물을 그렇게 좋아하던 것을 기억한다. 호수가 보이면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고, (수영인지 목욕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만,)

물놀이를 즐긴다.


라오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창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요즈음에는 폭우가 내려 메콩강 수위가 높아지고 물이 조금은 풍족하게 느껴지지만, 낮시간의 라오스는 햇빛이 너무나 뜨거워 거리를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이다.




라오스에 오고나서 바다를 구경한 지 오래되었지만 바다가 그리 그립지는 않다. 바라보는 바다야 조금 그립기도 하다만, 내 몸이 담가지는 바다는 덜 그리운 것이 사실이다.

시원한 바닷물 안에 있을 때야 좋지만, 바다에서 나오게 되면 끈적해지는 소금기 많은 느낌이 이제는 조금 싫어졌다.

그래서인지, 수영장이나 강가의 물이 좋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많은 바다에서 수영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좋은 리조트의 수영장이나 작은 호수, 강가에서 수영을 즐겼던 것이 요즈음에 가끔씩 생각이 난다.




수영장에서는 바다에서보다 물 위에 뜨기 위해 조금은 더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 정도 노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의 중산층 사람들에게도 수영장이 있는 식당은 인기 있는 장소이다. 아이들이 수영하고 놀 동안 부모나 보호자들은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즐기며 메콩강을 바라보거나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이나 휴식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수영장이 있는 식당이나, 물놀이 장소에서 라오스 현지인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보게 된다면, 이들도 물놀이와 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삐마이라 불리는 라오스의 새해에는 라오스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라들에게도 물을 뿌리고 물총을 쏘는 등의 행사를 즐긴다. 그만큼 이들에게 '물'은 소중한 것이다.

당연히 농업을 생업으로 해왔던 라오스이기에 '물'이 생계와 삶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원인 것이다.




수영을 즐겨하지만, 더운 여름 낮시간 동안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


부모들은 당연히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이나 실내 놀이터를 찾는다.


그런데, 수도 비엔티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인프라라고는 수천 평의 벼농사 지역과 채소밭이 다인 곳은 어떨까.

또래 친구들외에는 함께 노는 닭과 오리, 소, 염소들이 있지만 그나마도 햇빛이 뜨거운 낮시간에는 서로 움직이지 않고 나무 밑 그들에서 쉰다.

무심한 소는 풀뜯기에 바빠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되었다 말았다 거리고 비록 느리지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영장을 찾기에는 멀고, 메콩강에 뛰어들기에는 강이 깊고 위험하다.

그래서 이들은 메콩강에서 농사를 위해 물을 끌어쓰는 시골지역의 hot place에서 그들만의 물놀이를 즐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어릴 적에는, 여름방학기간이 되면 사촌집에 가서 매일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매일 물놀이를 했으면서도 정작 수영도 못했고 성인이 될 때까지 물을 무서워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흙탕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혹시나 수인성 질병은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면서도,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그냥, 가만히, 나 어릴 적 즐겁게 놀았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려본다.


그런 나를 보며 현지인 친구가 말한다.


너 어릴 적에 저렇게 물놀이 한 적 있어? 나 어릴 적에는 저렇게 놀았어.
시골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저렇게 놀지 ㅎㅎㅎ


아이들에게 이 장소는 집 앞에 있는 어쩌면 'private 물놀이 장소'가 아닐까 한다. 누가 머라 하겠나, 메콩강에서 논으로 흘러가는 중간의 물에 들어가 잠시 즐기겠다는데.


그래도 시골이라서 '정겹다, 순수해 보인다' 등의 말로 인프라나 놀이 공간이 부족한 아이들의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나도 최선을 다해 같이 웃어주고, 나 어릴 적 생각을 잠시 하고 자리를 떠난다.


'즐기고, 즐겁게 지내. 그리고 아프지만 말고 예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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