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함께 달리는 존재들..
후배들이 저녁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마음이 맞는 후배 세 명이 있다.
길게는 5년의 인연이다.
쉬고 있는 선배는 그저 아저씨일 뿐인데,
연락이 오고 저녁 먹자고 하는 것이 고맙다.
후배 1은 5년째 자기 사업 아이템을 연구한다.
지금은 Python이라는 컴퓨터 언어와 챗봇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작성해 주고,
쇼핑몰에서 구하기 힘든 캠핑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후배 2는 몇년 전에 이직했다.
이직한 회사에서 사업 아이템을 진행 중이다.
5년째 퇴근 후 주말에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지금은 동일한 목표를 위한 스터디에 가입해서
6개월째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 중이다.
후배 3은 주식 투자를 한다.
전자책도 집필 중이다. 주제는 주식투자.
한국의 피터린치, 워런버핏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소위 빚투, 영끌을 하여 과감하게 투자 중이다.
이른 나이에 벌써 억 단위의 현금을 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결이 조금 다르지만
진심으로 응원을 받았다.
후배들은 절대 단기간에 결과를 얻고자 하지 않았으며
오랜 시간 퇴근 후, 주말, 심지어 회사에서도..
그들만의 꿈을 좇고 있다.
모두 MZ 세대 후배들이다.
이들과 잘 통하고
웃고 떠드는 것을 보니 나도 MZ에 가까운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마침 글방 선생님께서 우리의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해 주셨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
글쓰기는 장거리다.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에세이 책을 읽었다.
감사하게도 지난 모임에 선배 작가님이 주신
4색 볼펜을 최초로 사용한 책이다.
아래는 인상 깊은 구절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특별히 누군가로부터 청탁받은 건 아니지만 부지런히 써나가고 있다.
말 없고 근면한 마을의 대장장이처럼.
지금의 나에게는 쇠퇴해 있을 겨를이 없다.
문예 창작과를 졸업한 선배에게 추천받은 이 책은
읽기 전에는 단순한 달리기 에세이라고 생각했지만,
읽고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의 인문철학책이었다.
그는 무려 23년간 매년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거리, 중거리로 지속적으로 뛰었다고 한다.
그의 책에는 소설가라는 직업이 마라톤에 계속 비유된다.
묘비에는 아래와 같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되어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 ~ 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한다.
그는 70세가 넘은 지금도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작년에 또 그의 신간이 나왔다.
아직 구매만 해두고 읽지는 못했지만 기대된다.
지금의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그것 또한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나 또한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