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없는 물건을 빌려주는 것
'상호대차'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도서관이었다. 서로 없는 물건을 빌려주는 것을 뜻하는 이 어려운 단어는, 사실 도서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었다. 도서 구입비 예산과 서가의 공간의 한계로 인해 도서관마다 각기 다른 책을 소장하고 있기에,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에는 없는 책들이 종종 있었다.
청주 시내에는 총 1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어느 날, 모바일 사이트에서 상호대차 버튼을 눌러보았다. 놀랍게도, 다음날 내가 요청한 책이 집 근처 도서관에 도착했다. 늦어도 이틀 뒤에는 도착한다고 한다. 그 후로 상호대차를 엄청나게 이용하게 되었다. 나만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청주시의 모든 도서관이 나의 도서관이 된 것이다.
상호대차 시스템은 제주도에도 있다고 하니, 아마 전국 어디에나 있는 시스템일 것이다. 이번 주에 상호대차로 받은 책은 '나는 연구하는 회사원입니다.'라는 에세이였다. 16년 차 대기업 연구원이 이공계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라기에, 반도체 연구원으로서 그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가 아모레퍼시픽 재직 중인 연구원이라고 하니, 이럴 수가. 같이 글쓰기 모임을 하는 선생님들 중에 아모레퍼시픽에 재직 중인 분이 있다.
상호대차로 연결된 인연은 그렇게 글쓰기 모임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분께 얘기해 보니 역시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 알고 계셨다. 아마도 회사 내에서 글쓰기로 유명한 분인 것 같았다. 저자는 책을 출간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직 중이며 최근에 또 다른 신간도 출간했다. 대단한 사람이다. 롤 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상호대차 시스템 덕분에, 나의 독서 생활은 풍부해졌고,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도 가능해졌다. 이 작은 시스템이 가져다준 큰 변화를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새로운 책을 검색한다. 모든 도서관이 나의 도서관이 된 지금, 세상은 더 넓고 풍요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