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유 Jul 08. 2024

나의 수박밭

편안함과 즐거움..

줌 수업에서 책모임 선생님이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이라는 책을 소개하셨다. 도서관에 있던 나는 이 책을 빨리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책을 찾으러 갔다.


처음에는 성인 자료실에서 책을 찾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어린이 자료실에 있었다. 동화책이었던 것이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을 찾으면서 마치 내 자녀를 위해 책을 고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성인 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의 책 분류 규칙이 달라서 약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책을 찾아내어 자리로 가져와 한숨 돌리고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이러했다. 수많은 수박 중에서 단 한 개가 없어졌다. 주인공 앙통은 완벽했던 수박밭이 망가져서 슬펐다. 그는 분노했고 괴로워했으며, 결국 체념했다. 수박밭은 더 망가져버렸다.


그러던 중 앙통은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그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깨달았다. 앙통은 이제 더 이상 허전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망가진 수박밭이 그에게는 완벽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 조금 망가져야 한다. 완벽주의는 스스로를 좀먹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앙통도 그것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냉큼 대출하여 집으로 가져와 아들에게 정성껏 읽어주었다. 아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니?"


그의 대답은 짧았다. "몰라."


나는 웃고 말았다. 여섯 살 아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너는 네 삶이 도둑맞는 수박인 것처럼 행동해야 해
- 안톤 체호프
매거진의 이전글 주안 도서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