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유 Jul 13. 2024

초병렬 독서

I’m still hungry

오랜만에 초병렬 독서를 했다. 최근 글쓰기에만 집중하느라 독서량이 줄어든 것이 답답했고,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만 가는 상황이어서 겸사겸사 초병렬 독서를 하기로 했다. 글쓰기를 잠시 쉬어가며, 독서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이었다.


초병렬 독서. 일본의 나루케 마코토가 집필한 책에서 처음 접한 개념이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는 내용이다. 거실, 침실, 서재, 도서관. 집안 곳곳에 책을 뿌려두고, 잡히는 대로 맘 가는 대로 읽어나가는 방식이다. 저자는 이 방법이 창의력에 좋다고 말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꽤 잘 맞는 방법이다. 가끔씩 이 방법을 적용해 보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책 다섯 권을 조금씩 읽어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나의 독서에 대한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I’m still hungry.


첫 번째 책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니'였다. 박동기라는 25년 차 개발자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1페이지부터 19페이지까지 읽었다.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개발에 대한 사랑을 담아낸 책이었다. 프로그램 코딩을 아름다운 행위로 묘사하고, 결국에는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고, 구매 욕구가 솟구쳤다.


두 번째 책은 은유의 '출판하는 마음'이었다. 1페이지부터 28페이지까지 읽었다. 책이 출판되면서 함께 하는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제작자, MD, 서점인 등 10인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책은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립출판물도 있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세 번째 책은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었다. 93페이지부터 143페이지까지 읽었다. 최근 '고래'로 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난달에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다. 실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현실적인 소설이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책은 보도 섀퍼의 '멘탈의 연금술'이었다. 18장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선배의 추천 책이었다. 총 51개의 장 중에서 어느덧 18장을 읽었는데, 이번 장의 제목은 '우리는 왜 포기하는가'였다. (1) 환경과 상황 탓으로 돌렸다. (2) 오만했다. (3) 스스로에 대한 믿음 부족. (4) 항상 무언가 걱정했다. 인내심이란 부정적인 것들의 공격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들이 기회를 얻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다섯 번째 책은 조안 B. 시울라의 '일의 발견'이었다. 1페이지부터 9페이지까지 읽었다. 철학책이다. 조금 어렵겠지만, 모델북으로 손색이 없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번 초병렬 독서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각기 다른 책들에서 얻은 다양한 관점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서에 대한 갈증은 남아 있다. I’m still hungry. 하지만 그 갈증이 나를 더 깊이, 더 많이 읽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호대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