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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Jul 22. 2024

나는 도서관 다니는 회사원이다.

유연한 삶을 향해..

도서관 다니는 회사원이 되었다. 업무 외 시간에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것이다. 유연근무 제도로 반차를 사용할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반차 시간 네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씩 나누어 사용하기로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세 시에 퇴근해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렇게 또 읽고 쓰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업무 후 피로도가 걱정되었지만, 예상보다 집중이 잘 되었다. 사실 이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보면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뇌는 철저히 관리 중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대기업의 '생각 없는 사람'이 되었다.


최근 들어 회사에서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누가 질문하면 짧게 고민하고 최소한의 대답을 한다. 더 잘 아는 사람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업무 관련 말을 많이 하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자료도 적당하게 만든다. 어차피 받는 사람이 추가로 수정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필요한 내용만 넣는다는 생각으로 간단히 만든다. 고민은 짧게, 자료는 얇게. 어쩌면 받는 사람도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일의 도서관은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 15석은 항상 꽉 차 있지만, 다행히 이틀 다 한 자리씩 비어 있었다. 도서관을 채운 사람들은 각자 공부하거나 자격증 준비를 한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 중심에서 인문학 책을 읽고 장편소설을 쓰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화요일과 목요일의 세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간다. 도서관에서 읽고 쓰는 중독성은 마약과 같다. 마음 같아서는 저녁을 굶고 도서관 문 닫는 밤 열 시까지 있고 싶을 정도다. 배가 조금 고프긴 하지만, 읽고 쓰는 일로 충분히 배부르다. 자동으로 하는 간헐적 단식은 읽고 쓰기 위한 선물이다. 하지만 아침도 안 먹고 출근해 점심도 거르는 나에게 최소한 저녁은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주말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도서관 오픈런을 한다.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읽고 쓴다. 주말 도서관은 여섯 시에 문을 닫아 아쉽지만, 긴 시간을 보내도 항상 더 읽고 쓰고 싶다.


주말의 도서관은 여유롭고 한산하다. 책 냄새와 가득한 책이 주는 안정된 분위기는 내게 언제나 감동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15석 중 제일 좋은 자리를 맡았다. 오늘 하루도 어떤 글을 읽고, 어떤 글을 써낼지 기대된다.


나는 도서관 다니는 회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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