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속의 빛
병가휴직 43일째
오후 9시 33분, 나는 여전히 멍한 상태에서 마음을 리프레시하기 위해 명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졸려서 힘든 시간이었고,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마음이 평안해지고 좋았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4박 5일간의 여행을 위해 대부분의 짐을 미리 싸두었다. 나머지 짐을 마저 싸고 최종 점검을 마쳤다.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고, '왕좌의 게임' 시즌 7을 마무리하며 잠에 들었다.
병가휴직 44일째
오후 9시 36분, 오늘은 인천으로 가는 날이었다. 최종 마무리 점검을 하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아내가 많은 운전을 교대로 해줘서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후 어머니와 과일을 사고 아버지를 모시러 아파트로 갔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와이파이 연결에 문제가 있어 조금 애를 먹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 다이소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처음 맛본 명랑핫도그는 보너스였다. 집에 도착했는데, 부모님께서 사소한 말다툼을 하셨다.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졌다.
병가휴직 45일째
오후 6시 24분, 신시모도로 출발했다. 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경험은 신기했다. 아버지가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 하셨지만, 결국 시도에 눌러앉았다. 그러나 앉아서 쉬는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 아내와 어머니는 여유롭게 고동을 줍고, 나는 책을 읽으며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시도 둘레길을 가볍게 돌았다. 밤하늘에서 백조자리,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큰 곰자리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조금 더 보고 싶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아쉬웠다.
병가휴직 46일째
오후 2시 40분, 아침에 우연히 옆방에서 만난 가수 이문세 씨와 아버지의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어머니도 즐거워하셨다. 이후 레일바이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맛있는 짬뽕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가휴직 47일째
오전 9시 30분, 인천에서 브런치로 피자를 시켜 먹고 대천으로 출발했다. 길이 조금 막혀서 세 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그래도 아내가 운전해 줘서 편하고 좋았다. 도착한 한화콘도는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혼잡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그 가족들은 변함없었다. 그들은 내가 편하게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오랜만에 함께 고기를 구웠고,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러나 친구와 그 가족들이 감기몸살로 오래 놀지 못해 아쉬웠다. 나도 피곤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병가휴직 48일째
오전 9시 35분, 내가 끓인 라면을 먹은 후 친구 가족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리고 대천항에 들러 꽃게 4kg을 샀다. 금천동으로 출발해 집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께서 과일을 준비해 주셨고 다 함께 낮잠을 즐겼다. 꿀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난 후 꽃게탕과 꽃게찜을 먹었다.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지 집은 조용했고, 편안하게 TV 프로그램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짐을 빠르게 정리한 후, 피곤할 때까지 게임을 즐겼다. 체력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약을 먹었기에 그냥 잠에 들었다.
병가휴직 49일째
오전 11시 49분, 오랜만에 집에서 맞는 아침이었다. 역시 집이 제일 편했다. 자존감 수업 책을 읽고, 낮잠을 잤다. 늦은 점심으로 메밀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3일 전에 모기에게 물린 곳에 물집이 생겨 피부과에 갔다. 의사는 직업적으로 안정되어 보였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서 책을 좀 더 읽고, 오래간만에 집밥을 먹었다. 이후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했고, 집에 돌아와 독서를 계속했다. 아내는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 말에 살짝 발끈했다. 나도 아내처럼 속 편하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사실은 살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답답한 마음에 거실에서 혼자 졸다가 취침했다.
가끔 인생은 끝없는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람은 차갑고, 걸음은 무겁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면, 그 어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가야 한다. 쉼은 우리의 여정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강력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쉼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다. 병가를 내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쉬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과 마주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머릿속이 무거워지고, 고요 속에서 더욱더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쉬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휴식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명상을 시도했지만, 졸음과 싸우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시도했고, 그 결과 마음이 조금씩 평안해졌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계속' 하는 것이다. 쉼의 힘은 반복 속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작은 일상의 습관들이 결국 나를 치유하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과의 시간도 큰 위안이 되었다. 아무리 혼자가 편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마음의 큰 힘이 된다. 함께 하는 여행, 따뜻한 집밥, 그리고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어둠 속에서 한 걸음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은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순간들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별은 빛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밤하늘에는 언제나 별이 떠 있다. 고단한 하루 끝에 보는 별빛처럼, 우리 마음에도 작은 빛들이 있다. 그 빛을 찾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그 빛을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둡게만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쉼을 찾고, 그 쉼 속에서 빛을 발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