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소유 Aug 14. 2024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도 나를 돌아본다.

그래도 괜찮았다..

병가휴직 36일째


아내와의 작은 다툼 끝에 화해를 나눈 후, 선릉으로 출발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명상으로 머리를 맑히니, 평온이 찾아왔다. 상담소에서 도인님과 짧게나마 5분간의 1:1 면담을 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오후에는 위닝 2017을 팔기 위해 코엑스 별마루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껴두었던 지대넓얕의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병가휴직 37일째


모처럼 깊이 쉬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했다. 집에서 두 끼를 잘 챙겨 먹고, 아내가 없는 오후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겼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장난으로 아내의 목을 손으로 살짝 쳤는데, 서로 웃음이 터졌다. 쮸쮸바를 먹고, 밀린 드라마도 다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병가휴직 38일째


오랜만에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책 세 권을 한 챕터씩 읽고, 라밥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아내가 바깥일을 보러 나가서 집을 대청소하고, 게임을 하다 잠에 빠졌다. 아내가 저녁시간이 다 되어 돌아와 나를 깨웠다. 별다른 일 없이 소소하게 하루를 보냈다.


병가휴직 39일째


아내가 음악으로 나를 깨워주었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우표를 예약했다. 청주병원, 회사 상담실, 그리고 DS피부과까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저녁에는 아내와 소주에 고기를 곁들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심한 숙취와 배탈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병가휴직 40일째


오랜만에 친구가 먼 길을 달려 우리 동네로 놀러 왔다. 반가운 마음에 오창에서 맛있는 바지락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었다. 저녁에는 우리 집에서 아내와 함께 피자를 먹고, 게임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병가휴직 41일째


오늘도 음악으로 눈을 뜬 아침이었다. 오전에는 책을 읽고, 오후에는 낮잠을 잤다. 저녁에 친구의 연락을 받고, 몇몇이 함께 모여 소주 한 잔을 나누었다. 그리고 한 친구의 집에서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니 혼자 남아 있는 아내의 모습이 쓸쓸해 보여 마음이 아렸다. 그럼에도 오늘은 즐거운 날이었다.


병가휴직 42일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아침이었다. 새벽에 다섯 번은 깬 듯했다. 오전에는 독서 시간을 가졌고, 드디어 ‘열한계단’을 완독 했다. 대단한 책이었다. 진리를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고향 동네 형과의 40분간의 통화를 나누었다. 저녁으로는 맛있는 한우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병가휴직을 보내며 나는 비로소 멈추어 설 수 있었다.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며 지냈다. 때로는 아내와 함께한 평범한 순간들이, 때로는 혼자 보내는 고요한 시간들이 나를 위로했다.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자 했다. 또한,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 속에서 잊고 지냈던 웃음을 되찾기도 했다. 작은 사건들, 조용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가는 법을 배웠다. 쉼의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얻은 것들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전 05화 내 삶의 다양한 면모를 다시 마주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