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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Aug 21. 2024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지 않았다.

나는 매일 조금씩 달라졌다.

병가휴직 50일째.


오늘은 아침 9시에 일어났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셈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리프레시 마인드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려움에 대한 명상을 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였다. 커피도 한잔 마셨다. 밤늦게 집에 돌아왔고, 하루 종일 잘 놀고 다녔다.


병가휴직 51일째.


오늘은 야구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낮 12시 37분에 일어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야구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비가 올 것 같은 예보에 경기 진행이 가능할지 계속 염려가 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길이 막히지 않아서 쉽게 도착했고, 주차장도 널널했다. 경기 열기가 식은 것 같았다. 오늘 좌석은 좋았지만, 비가 와서 앞에 앉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는 바람에 시야가 가렸다. 뒤쪽에서는 상대 팬들이 좀 신경 쓰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은 9대 13으로 패배했다. 타자들은 할 만큼 했지만, 몇몇 투수와 수비 실수로 점수를 많이 내줬다.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가 다 되어, 일찍 씻고 누웠다. 썩 즐겁지는 않은 하루였다.


병가휴직 52일째.


오늘은 기상 후에도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애니메이션이 점점 재미있어진다.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사가 아주 좋았다. 이후 지웰 피부과에 갔으나 문을 닫아서 헛걸음을 했다. 결국 가경동 피부과로 갔다. 의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근 스트레스 요인이 해결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해결되었다고 답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애니메이션을 보다 낮잠을 잤다. 저녁에는 맥주 한 잔을 하며 애니메이션을 보다 잠들었다.


병가휴직 53일째.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 점심 나들이로 가경동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 갔다. 아직도 날씨가 덥다. 집에 돌아와 낮에 플스 게임을 세 시간 정도 즐겼다. 저녁에 나가려던 중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휴직이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복직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연장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휴식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우울해졌다. 저녁에는 하복대에 있는 스시롤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플스를 두 시간 정도 더 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일찍 잠들었다.


병가휴직 54일째.


특별히 한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병가휴직 55일째.


낮에는 플스를 즐기고,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꽃게탕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대화 도중 마음속에 쌓였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아내가 나에게 논다고 한 말에 화가 났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끝내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기로 결론을 내리고 서로를 다독여주다가 잠이 들었다. 힘든 하루였다.


병가휴직 56일째.


전날 술을 많이 마셔 늦잠을 잤다. 짬뽕라면으로 해장을 했는데, 속이 개운했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였다. 소설책에서 자주 언급된 베토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의 불멸의 연인을 추적하는 내용이 계속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탁월했고,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베토벤의 여러 교향곡들도 인상적이었다. 이후 명작 애니메이션인 '초속 5센티미터'를 보았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생각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이었다. 감정이입이 되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한 주간의 일을 정리했다.


친구와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 한 잔을 나누며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걱정들이 잠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날, 비가 내리는 야구장에서 내 마음은 다시 어두워지곤 했다. 경기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비와 함께 쏟아져 내린 우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랐지만, 마음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으면, 또다시 홀로 남겨진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게임 속에서 다른 세계로 도피해 보기도 했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이 소중했다. 그러나 때때로 그 작은 즐거움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주길 바랐지만, 그저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쏟아낸 감정들, 그 속에 담긴 나의 상처와 그녀의 아픔은 결코 쉽게 치유될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결국 다시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로했다. 마음속의 고름이 터져 나왔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해가, 우리가 함께 나아갈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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