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별! 신라의 우주!
어제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열렸던 SF소설가 곽재식 작가의 북토크에 참석한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북토크의 주제는 그의 신간 <슈퍼 스페이스 실록>을 중심으로, '조선의 별, 신라의 우주'라는 흥미로운 내용이 다루어졌다. 그날 강연은 여러 가지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평소 과학과 역사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작가가 과학 기술과 한국의 역사, 그리고 우주에 대한 주제를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곽재식 작가는 초반에 안티키테라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과거의 문명들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고대 기술에 대한 역사적인 나열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실재했던 역사적인 사건으로 풀어내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과학적 발견의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그가 설명한 안티키테라 기계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당시의 천문학적 계산 도구였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하늘의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곽 작가가 고대 기술을 현재의 첨단 과학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설명한 아스트롤라베와 같은 장치들이 중세 시대 아랍 세계로 전해지면서 어떻게 유럽으로 확산되었고, 다시 르네상스 시기 천문학 발전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흡입력 있었다. 이러한 설명 덕분에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이 갑자기 생명력을 얻어 내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고대인들이 만든 기계가 단순히 그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곽재식 작가의 강연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부분은 그의 유머러스한 표현들이었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청중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엔켈라두스에 외계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덧붙인 이야기는 강연 내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주의 신비와 고대 문명의 연결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과학 이야기를 어렵게 느끼던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토크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그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일은 굉장히 절묘한 타이밍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날 저녁, 나는 일곱 살 된 아들과 함께 곽재식 작가가 번역한 쥘리엥 베어의 그림책 <책 속에 책 속에 책>을 읽었다. 아들은 그림책을 읽고 나서 무척 신기해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이 그에게는 정말로 매혹적이었나 보다. 아들과 함께 그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눈 후, 나는 곽재식 작가의 댓글 이벤트에 그 경험을 적어 제출했다. 나 역시 이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깊이 공감했기에, 그 감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 덕분인지, 나는 북토크에서 그가 직접 사인한 신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북토크를 통해 느낀 것은, 과학과 역사를 한데 묶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곽재식 작가는 그의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로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엮어냈고, 그 덕분에 나는 우주와 고대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발상들이 미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곽재식 작가의 책과 강연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