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 그 이후의 이야기를 구성한 이혜경 작가의 단편.
최근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은 그 감동이 조금 이어져서 먹먹한 감정을 전달 받았다. 성인에 가까워진 소년과 그 만큼 나이를 더 먹은 동네 어른들이 나오고,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동네 배경과 과거 소녀가 살던 집이 그럴듯 하게 묘사 된다. 소년은 오랜 기간 그녀를 잊지 못했다.
소년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업하여 동료들과 돌려보던 잡지책에서 소녀와 닮은 여성을 발견하고 놀란다. 몰래 그 화보를 뜯어 고이 접어서 갖고 다닌다. 이 부분은 마치 <소나기>에서 소년이 늘 간직했던 조약돌이 오마쥬가 되어 연상된다.
소년은 성인이 되어서도 소녀를 잊지 못한 채로 부모님 집을 방문한다. 동네, 집, 그리고 고향 땅의 모든 장소가 점점 더 작게 느껴지는 것은 소년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 단편은 소년의 아버지가 집을 내놓았다는 어머니의 말로 마무리가 된다. 이제 소년은 다시 이 동네에 올 구실이 없어졌는지도 몰라 쓸쓸함을 느낀다. 다만 전개되는 방식이라던지 급하게 결말이 마무리 되는 모습이 조금 아쉽다. 유독 짧은 마지막 단락장을 끝으로, 뒷 부분이 더 없는지 계속 확인해봤을 정도로 끝이 아쉬웠다. 차라리 이랬을 것이라면, 그냥 원작 <소나기>로 끝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본 단편의 제목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토물>과 같이 내 마음 속 이 단편 시리즈도 지워지지 않는 황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