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이 두대나 있다. 아니 있었다.
한때,
특히나 30대 시절,
사랑했던 비디오 게임기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에 죽고 못 살았다.
그만큼 게임 중독자였다.
10대에 게임기를 마음껏 하지 못한 울분을
30대에 해소했다.
20대는 먹고 살 준비로 바빴다.
그 와중에도 게임은 했지만
30대야말로 원 없이, 누구의 통제도 없이 밤새 게임을 했다.
게임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을 이해 못 했다.
40대가 되자
안구건조증이 생겼다.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피로했다.
문득 누군가 만든 의미 없는 무한루프에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바로 게임을 관두었다.
어느 날 티비가 고장 났다.
고민하다가 티비 없이 살기로 했다.
갑자기 티비 옆에 있던 플레이스테이션이 보였다.
저 쓸모 없어진 게임기계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동생에게 준다고 하니 매우 좋아한다.
5년 전 고장 난 플레이스테이션이 한대 더 있다.
그게 고장 나서 새것을 또 구매한 것인데
고장 난 것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촌이자 친구에게 준다고 하니 매우 좋아한다.
그 녀석은 여전한 게임 중독자로
게임기 개조를 좋아한다.
요긴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장을 보다가 헤르만 헤세의 영문판 싯다르타가 눈에 띄었다.
인생 책으로 생각되어
영어독해를 공부할 겸
영문 버전으로 읽어내고 싶었는데
내 욕심이었다.
문득 영문책으로 2년째 독해연습을 실행하고 있는 회사 후배가 생각났다.
동네 형동생으로 지내고 있는 사이라서 자주 만난다.
밥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책을 건네줬다.
책을 받더니 바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바로 첫 페이지를 열어보더니
‘fig tree’에 대해서 말을 했다.
웬 돼지나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돼지는 pig 고 fig는 무화과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내 무식이 탄로 날 뻔했다.
방황하던 시절이지만
나름 영어영문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하여 2년 정도 대학에서 공부했었는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사물이나 책 역시 좋은 주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 것을 비워내면서 동시에 주변을 만족시키는 하루였다.
내 책의 주인은 누가 될까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