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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Jun 06. 2020

온전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사람)에 대한 감상

  영국 출신의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린다. 80세가 넘은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호크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 왕립 예술대학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며 명성을 알리다가 1964년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간다. 동성애자인 그는 LA 특유의 이국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특히 '수영장 시리즈'라 불리는 경쾌하고 강렬한 색감을 사용한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대표적으로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은 8천만 달러(약 893억)에 낙찰되어 현존 작가 최고 낙찰가의 기록을 세운다.


예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사람)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


이 작품의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째, 그가 사랑했던 연인 피터 슐레진저가 물 밖에서 수영하고 있는 호크니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이다. 열렬히 사랑했던 피터와의 이별 후 그린 이 작품은 이별의 아픔을 나타낸 작품이라 추정되기도 한다. 물속의 호크니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마음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를 물끄러미 보는 그의 옛 연인 피터는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적어도 두 사람이 현재 소통이 단절되었다거나, 한 사람이 나머지 한 사람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을 뿐이다.


두 번째, 호크니 자신이 또 다른 자신을 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평소 무의식이나 자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 또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그림을 접했을 때는 그렇게 느꼈다. 물 밖의 사람이 물속의 또 다른 자신의 자아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두 사람은 사실 한 사람이며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과 내면의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나도 꽤나 그런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내 모습을 따르고,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잊고 산다. 가끔은 일부러 이 둘을 철저히 구분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내 모습과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때의 내 모습은 마치 다른 두 사람 같다.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진짜 내 모습을 물속에 분리하여 가두는 게 편하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물 밖에 서있는 내 모습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게 내 진짜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둘 다 내 모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만,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옷을 차려 입고 그럴싸한 행동을 하는 물 밖의 사람은 사실 물속의 자유로운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가 물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릴 수 도 있다. 물속의 사람은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헤엄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숨이 차서 물 밖으로 나와야 할 수 도 있다.

나는 사회에서 두 발로 서 있는 나 자신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내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처럼 그의 모습을 가끔은 들여다보고 너무 멀리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물속의 내 정체성을 언제나 가둬두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부디, Be yourself




이미지 출처

1. 데이비드 호크니, 롯데호텔 매거진

2. 예술가의 초상,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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