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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May 05. 2020

창작의 이유, 그림자와 공존하기

'뉴필로소퍼 vol. 8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을 읽고(2)

어두운 욕구는 당신의 *그림자에서부터 왔다. 인간의 그림자는 숨겨진 방과 같아서,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식적 자아가 자꾸만 거부하거나 밀어내는 성격적 특성들을 가두고 있다. 그림자는 주체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모든 것을 인격화한다. 우리가 의식의 차원으로 데려오지 않은 그림자는 운명이 되어 우리 삶에 등장한다.

*잔혹성, 폭력성, 또는 숨겨야 하는 어떠한 욕구들, 하지 못한 말, 하지 못한 행동과 경험


자신의 욕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던 어린아이는 점점 나이가 들고 사회화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그림자'를 숨길 것이다. 나의 삶에도 그림자들이 있고 이 그림자들은 꽁꽁 숨겨져 있다가도 가끔씩 꿈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에겐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난 그 강아지를 나는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집안에 사정이 생겨 가족들이 자주 집을 비웠고, 강아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강아지는 산책을 자주 시켜주고 함께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면 안되지만 일련의 사정들로)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어려워진 우리 가족은 고심 끝에, 그 강아지를 돌봐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시골의 친척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몇 년 뒤 강아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 순간에 강아지 곁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강아지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 슬픔을 표현하는 순간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아주 담담한 척했다. 이렇게 온전히 슬퍼하고 사죄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이 이야기는 나의 그림자로 밀어냈다. 그리고 강아지가 떠난 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씩 꿈에 그 강아지가 나온다. 그리고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어김없이 산책을 나간다. 이렇게 이미 떠나보낸 강아지를 10년 가까이 산책시키는 꿈을 꾼다.


이처럼 본문에서도 그림자를 부인하려는 노력이 끝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그림자를 외면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깊고 어두워지고 강력해져 결국 파괴적인 행동으로 분출된다고 한다.


 

그림자를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은 없다. 우리는 내키지 않고 서툴더라도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의식의 영역으로 데려오는 수밖에 없다. 융의 말대로 계몽은 빛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어둠을 자각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 그림자는 분위기, 환상, 충동, 무엇보다 꿈의 형태로 어김없이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신호를 받아들이는 태도, 이를테면 무조건 바꾸려 들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림자의 의미를 고민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는 융이 개인화라고 명명한 성숙화에 접어든다.


내가 원치 않는 나의 모습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외면하는 것은 대체로, 어떻게든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원치 않는 자신의 모습이라도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자와 공존하려는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내가 주로 선택하는 방식은 '창작'이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를 통해 그림자와 공존하려 노력한다. 평소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글로 정리한다. 그러면 내 안의 방에 갇혀있던 그림자들이 글로 정리되면서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고 느껴진다.


이처럼 사회적 이유로 혹은 다양한 이유로 숨겨야 했던 그림자에 대한 표출을 창작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창작을 하는 이유가 무의식 중에 자신의 그림자와 공존하려는 이유는 아닐까.




발췌, 이미지 출처 : 뉴필로소퍼 편집부, 뉴필로소퍼 vol. 8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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