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매 Dec 27. 2020

그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먼 훗날 우리(Us and Them)> 리뷰


  2007년 베이징에서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샤오샤오(주동우)와 젠칭(정백연)은 친구가 된다. 각자의 꿈을 안고 베이징에서 온갖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된다. 이들은 결코 쉽지 않은 베이징 생활을 서로를 보며 견디고 의지한다. 그러다 쉽지 않은 현실의 벽과 각자의 힘든 감정들로 인해 이별하게 된다.

이들은 2017년 고향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하고, 폭설로 인해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어 하룻밤 동안 시간을 함께 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과거는 유채색으로 현재는 무채색으로 보여준다. 둘 간의 관계 외에도, 젠칭과 샤오샤오에 대한 젠칭 아버지의 따뜻한 정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내게 마음 깊이 들어온 점은 사랑을 하며 겪는 변화와 이별 후의 후회와 각자만의 방식으로 다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1. 사랑을 하며 겪는 변화

베이징에 집이 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꿈이었던 샤오샤오는 젠칭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꿈보다는 상대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샤오샤오를 위해 하루빨리 성공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힘든 젠칭에게, 샤오샤오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성공하든 말든 상관없어.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걸 생각해 보라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관이나 생각을 바꾸거나, 적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랑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자신을 만나고 생긴 변화를 물었을 때 나는 "절대"라고 생각했던 나만의 벽을 허문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양보나 타협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을 내어주고 변화하는 내 모습들. 사랑이 아니면 변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2. 이별에 대한 후회

그때 네가 날 떠나지 않았다면 훗날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이들은 재회한 그날 밤, 함께 걸으며 그들이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이별을 하고 후회해본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못다 한 사랑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에 남는다. 이들도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였을 것이고, 누구나 유난히 잊히지 않는 후회가 많이 남는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헤어졌다는 사실'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3. 그 이후의 삶

잘 지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비록 사랑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꼈던 순간은 함께 있는 순간뿐 아니라, 같이 있지 않아도 이 사람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다. 이 마음은 이별을 겪고 나서도 유효할 때가 있다. 앞으로 나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볼 수 없더라도 잘 지냈으면 하는 것. 나를 만나던 순간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나 없이도 너무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

상황은 달라도 사랑하며 상처 받고 이별하고 후회하는 과정과 감정은 비슷한 면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다.


내게도 이 영화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성에 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