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아재 Feb 06. 2022

[그림] '꾸준함'을 만드는 법

결국 글도 그림도 엉덩이 시간이 필요합니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서서 그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실력과 즐거움이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잘함'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꾸역꾸역 들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노오오오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

  '노력'이란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바로 '꼰대'라는 욕을 먹기 딱 좋은 세상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던 시대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자고 하는 ‘취미’에 '간절함'이 없다고 비아냥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들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비교’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우의 신포도처럼 다른 사람의 노력보다는 환경을 부러워하는 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아무리 태연하려고 해도 비슷한 시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주변 분들의 '일취월장'을 부러워하다가 좌절하게 되는 순간도 치명적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 그림이 즐거우려면 함께 감탄하고 연결되어 있을 분들의 도움이 크게 작용하기에 처음에는 '비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심리적 서열을 자극하고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심리적 서열이 낮다고 여기면 열등감을, 심리적 서열이 높다고 생각하면 오만과 교만을 가져올 수 있다.
인력 지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로 알려진 자오위핑은 “비교의 비比는 날카로운 비수匕首가 두 개 있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했다.
하나의 칼끝은 상대방을 향하지만, 다른 하나의 칼끝은 나를 향한다.
그래서 비교는 상대방을 상처낼뿐 아니라 자신도 상처 낸다는 것이다.    
[뇌를 알고 행복해졌다. 양은우. 비전코리아]

질투심보다는 부러움만 건강하게 표현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노력 이전에 꾸준함을 지속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시작해야 합니다.

반복을 쉽고, 밀도 있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세팅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제력이 쓸수록 줄어드는 소모성 자원이라는 데 있다. 매번 결심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의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자제력이 소모되지 않는 시간에 성장 목표를 이룰 활동을 우선하세요.
  우선은 싫더라도 해야 할 일에 먼저 한 발을 뻗어보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택들이 모여 관성을 만들고, 그 관성이 결과를 만들어낸다. [멘털 체육관, 홍진민, 아틀라스 북]



  저도 수도권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던 시절이었다면 그림 취미를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겨우 시간을 내서 해볼 수 있는 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피곤함에 절어 눈을 붙일 때가 많았고요. 지옥철을 타고  퇴근해서 씻고 늦은 저녁을 먹으면 어느새 열한 시가 다되어버리고,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쉬다 보면 어느새 졸음이 몰려오기 일쑤입니다.  취미 시간은 고사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아쉽습니다.     

  네. 맞아요. 우리 모두 각자 비슷한 환경과 처지에서 ‘변화’와 ‘성장’을 갈망합니다.     

  일자리를 옮기면서 지방으로 내려와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지긴 했습니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야근도 많이 줄고 통근시간도 반으로 줄어드니. 아홉 시 정도면 저녁을 먹고 소파에 파묻힐 수 있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죠.

그런데, 여유 시간이 생겼다는 자각도 하지 못 한채 도시생활에서처럼 여전히 하루를 그냥 보냈습니다.     

'에이 오늘은 일단 일찍 잠이나 자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종종 생겼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읽고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그런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럴싸한 문장이나 거창한 구호가 없어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기록해주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매일매일 쌓아가는 기록의 습관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의 문장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하루하루 그 미묘한 차이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어느 날 문득 주문처럼 저만의 문장을 적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매일 읽고,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으로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6시 반쯤 일어나 아침 일기를 쓰고, 출퇴근 통근버스에서 책을 읽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책상에 앉아 30분씩 정리했습니다. 좋은 문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네 맞아요.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인용구는 대부분 이때부터 모아놓은 겁니다.) 짧은 감상도 곁들이지 않고 그저 제가 기억하기 위한 메모처럼 남겨 두었습니다.     


에이 속았다’, ‘서울대를 나왔네, 머리부터 남다른 거였어’라던가, 어린 시절 해외 주재원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 오래 체류하였다는 소개 글을 보며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성공의 배경을 자꾸만 특별한 이력이나 경험에서 찾으려는 못난 습성이 있었다.
[돈을 만드는 N 잡러의 사람을 모으는 기술. 최광미. 북스고]     


‘에이, 여유가 있으셨네... 저녁이 있는 삶이라니... 부러워요.’

맞아요. 시골은 저녁 7시면 정말 할 게 없습니다. 시골에 다자녀 가족이 많은 이유랑 자연스럽게 연관 짓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저 무료함을 달랠 정도의 작은 행위들을 쌓았습니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습관은 ‘상황이 안 좋을 때’ 더 만들기 좋습니다.  불안은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떨쳐지거든요. 자잘한 걱정거리는 모두 잊고 한곳에 집중하는 시간만큼 불안을 떨쳐버릴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직장생활 중에 번아웃, 우울을 겪고 나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새는 워낙 많은 분들이 겪는 일이기에 저‘는’이 아니라 저‘도’입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말도 안 되는 단어들로 우르르 쏟아내고 다시 정리하다 보면 저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마음은 조금 안정되었지만 무기력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죠.

그때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글을 끄적거리던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거실에서 TV를 켜놓고 두런거리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옆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9시 반이면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30분, 가끔 1시간씩 식탁에 앉아 이것저것을 그렸습니다.

어느새 루틴이 되고 그림을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록과 보상이 중요합니다.


  계속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그날그날 칭찬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처럼 그림을 그린 날은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만 쳐도 기록이 되고, 쌓이면서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팔로 반대쪽 어깨를 감싸 안고 토닥토닥하며 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면 됩니다. 좋은 만년필이나 펜, 종이, 물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써보고 싶은 재료나 도구들이 많거든요.

산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스스로에게 선물하세요.

대신 ‘가끔’ 이어야죠. 저처럼 ‘종종’이면 책상 아래에 수납박스가 가득 차 발을 뻗고 앉을 수가 없을 겁니다.     


취미 그림에 가장 중요한 ‘꾸준함’을 공을 들여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작가님들의 에세이부터 기술서적, 심리학, 자기 계발,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습관이나 꾸준함에 대한 책을 읽었거든요. 읽으면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순간도 많이 있었는데요. 막상 글로 옮기려니 제대로 꿰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구슬 상태네요. 서너 말 정도 늘어놓고 꿰어봐야겠습니다. 보배가 될지 뭐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 주세요.

     

고창군 심원면 월산리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입니다. 호랑가시나무에 꽂혀서 두번이나 그렸는데 마음에 안들었는데요. 이번에는 액자에 넣어두고 흐뭇하게 계속 바라봐줘야겠습니다.

  다음부터는 힘을 빼고 천천히 그림을 그리면서 겪는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설 연휴라고 한 주 건너뛰었더니 브런치에서 알림을 주네요.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당신과 나의 꾸준함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합니다.                              


이전 05화 시작하는 '용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