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은 영어 수업
올해 학년이 끝나는 날도 4주가 채 남지 않았다. 학생들은 수료를 하며 수료증을 받는다. 영향력 있는 증서는 아닐지라도 순도 100%의 정성이 들어간 묵직한 증서임에는 틀림없다. 자유학교에서 주는 수료증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1년간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글이다. 교사가 짓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학생마다 내용도 다르다. 한 장의 수료증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아이디어를 보탠다. 서로에게 주는 마지막 편지라고 봐도 된다. 수료증을 좀 더 정성스럽게 만들기 위한 밑 작업으로 오늘부터 시 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글감을 한 사람 당 하나씩 정했다. 나의 글감은 '2022 영어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1년을 나와 함께 보내며 영어 수업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가 궁금했다. 종이를 돌려가며 각자의 글감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영어를 싫어하는 종결이가 내 종이를 받았을 때 나를 쳐다보며 솔직하게 적어도 되냐고 물었다. 웃으며 괜찮다고 하자 상처 안 받겠냐고 재차 물었다. 나를 신경 써주면서도 속의 말을 그대로 해주는 종결이가 고마웠다. 나도 상처 좀 받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보여주었다. 학년 말에 내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이런 관계가 참 좋았다. 종결이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욕만 적지 않으면 땡큐라 생각했다.
1시간 정도 걸려 글감이 적힌 종이가 다시 나에게 왔다. 나머지 1시간은 받은 글감을 가지고 잘 배열하여 시를 만들어야 했다. 천천히 글을 읽었다.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읽혀서 좋았다. 1년의 시간을 몇 자 속에 모두 넣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를 마음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어 만족했다. 영어 선생은 영어 수업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매번 영어 수업에 대한 글을 쓰다가 마는 것도 내 마음 가득 가지고 있는 수업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쓰고 싶어도 완성하지 못하는 글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힘을 보태어 주니 오늘은 용기가 생겼다. 사람들이 준 소재에 큰 줄기를 달아 동시 같은 시를 만들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시간이었다. 2022년 영어 수업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올해도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하고 싶다.
<2022 자유학교 영어 수업>
"얘들아, 노올자."
하고 부르면
낯설어
좋아하며
수줍은 듯
긴장한 듯
한 명씩 들어온다
"얘들아, 나가자아."
하고 말하면
낯설어
싫어하며
긴장한 듯
말을 걸고
용감한 듯
실수한다
수줍은 영어는
익숙하지 않은 세상
수줍은 영어는
꼭 필요한 발전소
도전하다 회피하고
회피하다 도전하며
실수해도 괜찮고
쓸데없어도 괜찮은
창을 열어야 보이는 시간
창을 열어야 보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