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여기, 학교 있어요

작은 진심

by 마나

나는 6년째 같은 건물로 출퇴근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문득 벽에 붙어 있는 학교 이름이 눈에 띄었다. '창원자유학교'. 흔한 학교 이름은 아니라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지만 내겐 6년이란 시간만큼 익숙했다. '자유'란 뭘까. 학교 건물에 들어서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습관은 매일 흔들리며 사는 작은 학교의 교사가 잡을 수 있는 작은 끈과도 같다. 자유를 논하며 안정적이길 바라는 건 욕심인 걸 알지만 이해 못 할 부분은 아니니 할 수 있는 한 애를 써본다. 힘없고 작은 자유학교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자유학교는 좋은 학교다. 근무하는 교사 입에서 나오는 '좋은'이란 말에는 치우친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좋은'을 자신 있게 학교 앞에 붙인다. 그리고 내 자신감의 근거를 학생과 교사의 웃는 횟수로 내어본다. 학교 안에는 웃을 일이 많다. 밋밋하기 그지없는 방 4칸짜리 작은 학교 안에서 11명의 얼굴은 각자 웃음거리를 가지고 있다. 모이면 헛소리로 서로를 보며 시시덕거린다. 그리고 소소한 그 시간이 모여 우리는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얘기한다. 자유롭게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운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시작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사춘기의 학생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보다 소중한 것이 뭐가 있을까. 입시로 바쁜 시기에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는 말을 한다면 '내가 누구인지'를 충분히 경험한 수료생들이 2학년 때부터 원적교로 돌아가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학생들의 삶이 내가 자유학교 앞에 '좋은'이란 단어를 당당히 붙이는 이유다.


좋긴 해도 힘이 없다. 대안학교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덩치로 눌린다. 이런 학교가 있다고 아무리 애를 써서 소리쳐 보아도 학교 밖 사람들에게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낯선 학교 이름부터 관심 밖으로 밀리는 것이다. 11월부터 내년 신입생 홍보를 위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의 목소리를 넣어 만든 광고에는 자유학교의 진심이 꾹꾹 담겨 있지만 무수히 많은 광고들 사이에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하나의 점 같았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떻게 하면 들릴까. 교사 4명은 학교의 가치를 알아가는 만큼, 아니, 근무하며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만큼 학교 홍보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된다. 이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


작년부터 올해 중순까지 나는 자유학교에서 언제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익숙해진 만큼 내 안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해진 것이 없어 학생들에 맞춰 매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학교에서 작년과 똑같은 방법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예전 내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처음엔 그냥 일시적으로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상태가 제법 길게 지속되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힘 빠진 교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자유학교에 누를 끼치는 거였다. 지금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전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의 시기인지 그저 도태되어 가고 있는 중인지 알아야 했다.


답을 찾지 못해 미적지근한 상태일 때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몇몇 가지로 약간 복잡한 상황이긴 하지만 다른 대안학교 교사들과 같이 최대 8년간 자유학교에 있을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자유학교 6살인 나는 앞으로 2년 동안 이곳에서 더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끝을 알고 나면 현재의 의미가 더 잘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잘 보이지 않던 내 마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남은 2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쉽게 보이는 것을, 여태 왜 못 봤을까. 늦었지만 오늘 내가 내 안의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학교 밖 사람들도 자유학교 안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땐 사람들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 좋은 학교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자유학교가 좋다. 여기서 근무한 6년 동안 나이를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살인 나는 8살을 끝으로 좀 더 자유롭게 자유학교를 떠날 날을 꿈꾼다. 그때가 되면 자유학교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떠나는 내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고 느낀 것은 실천으로 옮기는 것, 이것이 내가 자유학교에서 배운 자유다.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학교 내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의 피로감이 쌓인다. 이를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학교가 여기 있다고 말을 할 책임감을 느낀다. 자유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배우며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자랑이 아니라 함께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잘 들리지 않는 작디작은 교사의 진심이기도 하다.

keyword
마나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