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질문해. 그래야 답을 하지.

교사와 학생은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by 마나
Am I clear?

김경일 교수가 <<적정한 삶>>이란 책에서 제시한 질문이다. 네가 이해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본인이 제대로 설명했는지를 묻는 것이 포인트이다. 나는 이 질문을 보자마자 별표를 쳤다. 그리곤 한참을 쳐다봤다.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내 수업이 떠올랐다.


모르겠어요?”

“이해했어요?”


잘 이해했는지 알고 싶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던 질문, 학생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을 때마다 하던 질문. 수없이 했던 저 질문들이 내 의도와는 반대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태 왜 몰랐을까. 질문의 밑바탕에는 나는 설명을 잘했으니 이해하고 못하고는 상대의 몫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반응이 수동적이었구나. 의도는 분명 소통하고 싶은 거였는데 바보같이 거꾸로 질문을 했었구나.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 게으름 피우는 것이라 여겼다. 되려 잔소리하지 않고 내가 잘 참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던진 질문이 비린내를 풍겨 학생들의 코와 입을 막았다는 것을 몰랐다. “내 말 들려요?” 코 앞에 앉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때 농담 삼아 던지는 질문이었다. 학생들은 대답하며 키득거렸고 나도 따라 웃었다. 농담 섞인 대화지만 지금 생각하니 속이 좀 아프다. 제대로 설명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 저 거만한 질문을 지난 10년간 몇 번이나 했을까. 그때마다 또 얼마나 학생들을 다그쳤을까.




조금 늦었지만, 다시 생각해 본다. 교사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질문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학생과 대화한다.


"Am I Clear?"


거울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저 말을 뱉어 본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이해했어요?"라는 말 때문에 괜히 더 어색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티가 나겠지. 시간이 걸릴 일이다. 제대로 된 질문은 이리도 어려운 건가.


학생들은 내가 한 질문에 웃을 것 같다. 자연스럽지 않은 억양과 목소리를 들으며 내가 준비해서 내뱉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부끄럽다. 학생이 눈치챌 것도 부끄럽고 교사로서 눈치 없이 산 10년도 부끄럽다. 그래도 알지 못해 편안한 것보다 부끄러운 것이 훨씬 났다. 부끄러움은 한순간이지만 무지함은 계속 가기 때문이다. 내가 깨달을 때까지. 그 끈질김이 무섭다.


교사는 잘 묻기 위해 평생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학교가 나에게 가치가 있는 곳인가. 역할을 따지기 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 학생을 볼 수 있는가. 학생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근본적인 질문들이 속에서 나온다. 나는 열심히 질문을 만들고 답을 한다. 교사로서 가져야 할 성찰의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래저래 어설픈 교사지만 학생과 제대로 대화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질문 하나에 깊이를 더해 본다. 꼬리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상상한다. 벌써 신난다. 조금씩 자연스럽게 말해 보자. "Am I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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