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 일본 대지진

일본 한달살이 : 2025.7.5. 예언

by 마나

오늘은 2025년 7월 5일이야.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책 작가가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거라고 예언한 닐이지. 타츠키 료는 1980년대부터 직접 꾼 예지몽을 기록해서 책을 만들었는데 그중 2011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있었고 그 후로 사람들이 그의 예지 능력을 더 믿게 된 것 같아. 최근에 오늘이 다가오고 있다는 뉴스 기사와 영상이 점점 더 많이 보였어. 일본에 있어서 그런지 조만한 이곳에 대지진이 발생할 거란 풍문이 예사롭진 않더라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예언만 믿고 불안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웃기고 말이야.


일본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 숙소 주인이 내게 전날 밤에 지진을 느꼈는지 물었어. 나는 몰랐는데 주인이 키우는 앵무새는 자다가 놀라 떨어지면서 날개를 다쳤다 하더라고. 스치듯 듣고 말았던 타츠키 료의 예언이 좀 더 각인되던 첫 순간이었어. 그래도 그땐 일본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에 한 달 뒤인 오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 동물들이 인간보다 훨씬 더 예민한가 보다 하고 말았지. 그런데 그 뒤에도 먼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꾸준히 들렸어. 이번 달에는 유독 더 많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더라고. 일본에서 계속 있어도 되는 건가. 소식만 들릴 뿐 내가 직접 느끼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어.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반복적으로 생겼다가 사그라들었지.

알 듯 모를 듯한 날들이 꾸준히 지나갔어. 그리고 예언한 그날이 왔지. 오늘 같은 날은 뭘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숙소를 나와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아직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어. 집에 있어야 하나, 아니면 밖이 안전할까? 마음 둘 곳 없는 나는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숙소 주변만을 빙빙 돌았어. 주변은 어제와 변한 게 없어 보였지. 그러다 우연히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 지진 때문에 모여 있는 걸까. 일본어로 대화 중일 테니 내가 끼어들 순 없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잡고 의지하고 싶어 사람들 쪽으로 자전거를 틀었어. 가까이 다가가니 한 사람이 열심히 연설을 하고 있더라고. 내용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얼마 전부터 일본 선거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선거 유세 중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어.


듣는 사람들의 표정도 앞에서 말하는 후보자만큼이나 진지했어. 그리고 그 이유는 지진 때문이 아니라는 건 알 것 같았지.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정치인의 말에 오롯이 몰두하는 모습이었어. 내가 7월 일본 대지진설을 알고 있을 정도면 일본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 말 많았던 오늘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어제와 다르지 않더라고. 그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예비 정치인의 연설을 들으며 혼자서 생각을 정리했어. 그리고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했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제일 편안한 모아레누마 공원 쪽으로 달렸어. 그곳에서 야구를 보며 뜯어먹을 식빵도 사고 말이야. 정답은 일상이었어. 예언이 들어맞을지 빗나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일본 지진 횟수가 많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생각하며 불안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오답이었어. 오늘 같은 날에는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을 하며 보내면 되는 거였지.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탔어. 날씨는 여전히 더웠고 길 옆에는 작물들이 햇볕 아래서 열심히 자라고 있었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거창할 필요도 없었어.


땡볕 속에서 자전거를 타면 온몸에 땀구멍이 다 열리는 것 같아. 변태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한 줄기씩 땀이 흘러내릴 때마다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 덕분에 간간이 서서 마시는 물은 꿀맛이야. 중독성이 있어서 어떤 날은 물 먹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니까. 그뿐이 아니야. 자전거가 움직이는 속도만큼 맞바람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자전거를 타야만 알 수 있는 묘미야. 한여름에 바람을 직접 만들어 시원하게 만드니 내가 어찌 자전거를 안 타고 다닐 수 있겠어. 기분 좋게 길을 지나며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 아래 소박한 집들을 봤어. 대재앙이 올 거라 예언이 무색하게 일본의 풍경은 여전히 예뻤어.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는 게 유난히도 감사한 오늘이야. 평범할 수 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날이기도 했어. 2025년 7월 5일, 일본 난카이 해곡은 다행히 잠잠해. 하지만 아직도 여러 곳에서 작지 않은 규모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마음 한 곳은 여전히 흔들려. 과학자들이 이번 예언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한 땅 위에서 살아가.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지켜내는 일상에 일본 사람들의 강인함이 들어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일본 땅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수고 많았다고 말하고 싶어. 이제 편안하게 자자.

일본 지진 예언 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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