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한달살이 : 요가
"숨은 쉬어야죠."
요가 강사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를 보며 웃었어. 숨을 쉬지 않고 있는지도 몰랐던 터라 그의 웃음을 보고 나서야 내 코와 입도 열렸지. 넘어지고 싶지 않았어. 왼쪽 다리를 구부린 채로 버티며 몸통을 비틀어 자세를 잡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강사는 가볍게 하더라고. 나도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잡고 싶은 마음에 하나씩 자세를 잡았어. 비틀거리면서도 왼쪽 다리에 의지해 몸통을 돌린 것까진 됐지. 문제는 우직한 내 오른쪽 다리가 바닥에 뿌리내린 듯 움직이질 않는다는 거였어. 다리를 뽑으려 힘을 주면 줄수록 왼쪽 다리가 사정없이 흔들렸거든. 총체적 난국이었어.
왼쪽 다리로는 안 되던 게 또 오른쪽 다리로는 되더라. 꼴랑 두 짝밖에 없는 팔다린데 그것마저도 다르다니. 왼쪽 다리에 다시 도전을 해 보려다 후들거리는 정도가 심해지는 걸 보며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어. 손으로 만졌을 땐 오른쪽 왼쪽 다리 근육이 달라 보이진 않는데 요가를 하니 확실히 약한 쪽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여태 한쪽으로 삐딱하게 자세를 잡고 살았다는 걸 말해주는 듯했지. 제대로 된 자세로 서 있는 건 호흡을 생각할 겨를 따위도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어.
몸을 통해 정신을 수양하는 게 요가야. 수업은 늘 호흡을 가다듬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이 나지. 호흡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움직일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 했어. 요가의 핵심도 처음 했던 호흡 그대로를 유지하며 다양한 동작을 하는 거였어. 다리도 제대로 뻗어지지 않는 지금 나에겐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야. 그래도 이미 그런 모습으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으니 더 정확한 설명은 필요 없었어. 믿기지 않지만 믿으려 애쓰며 언젠가는 호흡이 보일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었지.
정적인 듯 보이는 요가는 하는 동안 치열한 내적 갈등을 만들어 내. 자세와 호흡을 잘 유지하는지, 더 할 수 있는 자세를 미리 포기한 건 없는지, 호흡에 집중은 하는지 요가 강사는 정신없는 나 대신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지. 수업 중 생긴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했는지는 마무리 호흡을 하는 시간에 각자가 알게 돼. 오늘 나는 거의 무호흡으로 요가를 했던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지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 마음을 쥐어짜며 신체의 고통을 참은 거지. 아꼈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어. 무의식적으로 하는 호흡을 의식의 세계로 끌어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 다리가 좀 더 펴지면 요가 중에도 숨이 쉬어지려나.
수업이 끝난 후 강사는 내게 어땠냐고 물었어. 나는 길게 말할 중국어 능력이 없어 엄지를 올리며 최고였다고 전해줬지. 수업 중간중간에 내가 느꼈던 부분을 그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가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수행이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 대신 그와 마주 보며 같이 웃었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얼마나 시원하게 느껴졌는지 몰라. 두 손을 합장하고 "谢谢(xièxiè, 씨에씨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어.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바빠서 스스로를 볼 수 없는 나를 대신 봐준 것에 대한 감사였어.
다른 수강생과 같이 학원을 나왔어. 그는 선생님이 내가 열심히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전해 주더라고. 중국어 대화에 끼지 못한 나를 위해 영어를 섞어 말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어. 별말하지 않아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고 말이야. 인간이 소통하는 데 있어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 "요가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게 돼요" 칭찬이 부끄러워 한 내 대답에 그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요가가 재미와 연결은 잘 안 된다는 의미였지. 그의 반응이 웃겼어. 하긴, 우린 둘 다 몇 분 전까지 세상의 모든 고통을 몸에 다 짊어진 것처럼 낑낑거렸잖아. 재미라 말하기엔 힘듦이 너무 컸지. 나는 말실수라고 하며 웃고 말았어.
어느 정도 하면 강사 대신 스스로 호흡을 알아차리며 요가를 할 수 있게 될까. 일단 내게 필요한 건 유연한 근육인 것 같아. 뻣뻣한 근육이 땅겨 정신을 못 차리는 게 내 무호흡의 원인이니까. 강사는 꾸준한 게 제일 중요하다더라고. 무리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허리를 숙여 보고 다리를 뻗기만 하면 된다 했지. 그 말만 믿고 내일은 여유를 가지고 근육 땅김에 따라 호흡이 가팔라지는 것부터 알아차려 봐야겠어. 숨은 쉬면서 요가를 해야 하니까 말이야. 다시 생각해 봐도 요가는 참 재미가 있어. 끙끙대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말이 좀 안 되긴 하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재미가 느껴져. 요가가 고통과 재미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건가?답은 아직 모르겠네. 그렇다면 지금은 그저 재미를 따라 가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