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없는 불안함
태풍 힌남노가 올라오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미 화요일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공지가 나간 상태이다. 뉴스에서는 이번 태풍의 별칭을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슈퍼태풍'이라고 했다. 굳이 '상상할 수 없는', '슈퍼'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속에 생기며 과장스러워 보이는 단어들이 괜히 거슬렸다. 과장된 단어가 아니면 어쩌나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까.
창문을 열고 하늘을 봤다. 구름이 좀 껴있기는 하지만 큰 움직임은 없다. 저 속에 무엇이 있을까. 상상할 수 없어 무서움에 무서움이 더해진다. 음식이라도 좀 사놔야 하지 않을까. 아직 마트가 문을 열지 않았으니 조금 쉬다가 장을 보러 가야겠다. 부산 쪽으로 태풍이 온다는데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할까. 아파트 말고 다른 곳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카톡을 넣어 의논해봐야겠다. 책상 앞에 앉아 마음만 분주하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무능력할 줄이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두렵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화분에 물을 줬다. 3달 전부터 키우고 있는 콩은 태풍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하얀 꽃을 피우고 그 자리에 콩주머니를 만들기 바쁘다. 고요한 일요일 아침, 내 마음만 들쑥날쑥이다. 이제 그만 걱정하고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그런데 창문에 테이프를 붙여야 할까. 혹시 창문이 깨지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건물이 무너지진 않겠지. 끝도 없는 이 놈의 잡생각을 못 말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