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업에서 박력 넘치는 방귀 56번 뀐 썰

글에서 냄새나요

by 고니크

25년 하반기부터 대운이 바뀐다더니 바뀌긴 한 것 같다. 나한테 망신살이 제대로 들어왔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밖은 적당히 추웠고 햇빛은 따사로웠다. 요가원을 들어가자 훅 끼치는 더운 기운. 선생님께서 오늘따라 난방에 힘을 쓰신 것 같았다. 굳어있던 내 몸은 빠르게 녹아내렸다. 아 좋아. 나는 따듯한 곳이 정말 좋아. 나시를 입었는데도, 아직 요가를 시작하기 전인데도, 등에서 삐질삐질 땀이 나오려고 시동을 걸었다.


정말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선생님의 리드에 따라 몸을 풀고 본격적인 동작 수행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쟁기자세를 하란다. 뭐예요 선생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잖아요~ 후훗.









쟁기자세. 사실 별 건 아닌데 왠지 어려운 걸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자세다. 원래 쟁기자세는 수업 맨 끝 후반부에 하는 건데 오늘은 초반에 하네? 너무 좋다! 선생님 저 좀 보세요. 저 잘하...빡!!!!!!!!!!!!!!!!


누구세요.

방금 뭐예요.

어디 무너진 거 아니에요?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가원 어느 천장도 무너진 곳은 없었다. 방금 그거 무슨 소리였지. 나는 다시 쟁기자세에 돌입했... 브라라락!!!!!!!!!!!!


나야. 나라고.

무너진 건 나였다고.


내 몸에서 난 소리였다. 날 놀라게 했던 것의 정체는 방귀였다. 수치스럽다. 내가 두 번 연속으로 방귀를 뀐 것이다. 안 돼. 재연아 그만해. 그... 빠라라라락!!!!!! ... 벌써 세 번째다. 내 방귀를 컨트롤할 수가 없다. 왜냐면... 왜냐면... 이건 동구멍에서 나오는 방귀가 아니라... 다른... 다른 곳에서 나는 방귀기 때문에...


그냥 푸슉하는 소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만 듣고 나만 아는 그런 소리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박력 넘치는 내 방귀소리를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선생님이 자세를 바꾸란다. "들었던 다리를 천천히 앞으로 내리세요." 그래 일단 바닥으로 내려가긴 해야 하니까 나도 자세를 바꾸... 빠아아아악!!!!!!! 바라라라락!!!!!! 부르르르륵!!!!!!!!!!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 그러니까 도합 여섯 번. 고작 2분 사이에 여섯 번의 박력 방귀를 뀌었다. 죽고 싶다.


누워있으면서 생각했다. 좌중이 고요한데 내 방귀 타임만 현란했어. 집에 갈까? 지금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되겠지. 방귀 비트박스한 사람이 바로 나인 걸. 아냐, 재연아 생각을 다시 하자. 쿨하게 생각해! 참나, 여기 사람들 뭐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누가 신경 쓴다고 그래. 생각해 보면 방귀 몇 번 뀐 거 가지고 창피해하는 것도 웃겨. 요가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겠어? 그래. 아무도 신경 안 써. 진짜라니까? 아무도 안 궁금해하고 수업 끝날쯤 되면 다들 까먹을 걸?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타다 아사나~ (*똑바로 서란 뜻)"

빠아아아아ㅏㅇ악!

... 누가 저 좀 없애주세요.


쳇지피티가 그러는데 인간은 400만 년 전부터 직립 보행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긴 400만 년 동안, 일어서면서 방귀 뀐 인간은 나밖에 없을 거야. 방금 전까지 '아무도 나 신경 안 써'라는 결론을 내리며 억지로 정신을 무장했건만... 생각을 정정해야겠다. 불과 3분 동안, 너무 크고 강력한 방귀를 쉴 새 없이 뀌는 사람이 지척에 있는데 이 정도면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신경 안 쓰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고.


나는 모든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제발... 제발... 방귀 퍼레이드하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아무도 모르게 해 주세요. 제발요.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방귀 퍼레이드 주인공이 나라는 걸 저조차 모르게 제 머리통 좀 때려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어떤 신도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난 배신당했어.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한 것 같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계속 방귀가 나온다. 선생님이 내 자세를 고쳐주려고 자꾸 가까이 오시는데 정말 곤란했다. 아, 가시라고요! 가세요! 저 지금 요가할 기분 아니라니까!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어? 가까이 오시면요 어? 선생님한테 방귀 뀔 수도 있다고요!!!!!!!!!


부디 요가 시간이 다 끝났을 때쯤엔 아무도 이 사태를 기억 못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마무리의 마무리까지 내 몸에서 박!!! 박!!! 박!!!!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너무 죄송하게도 여기 계신 분들은 요가가 끝나는 순간까지 내 방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체감상 70분 수업 중 30분 동안 방귀를 뀐 기분이다. 나는 학창 시절 수련회나 수학여행 때 절대 무대에 오르지 않는 타입이었는데... 대학교 MT 가서도 나는 뒤에서 고기를 굽는 역할이었다고... 어딜 가나 자기소개는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지난 과거들이 후회된다. 망신살 총량의 법칙이 있는 거겠지. 나는 그때 안 쓴 것들을 지금 다 몰아서 쓴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선생님께 말했다. 저 너무 수치스럽고 죽고 싶고 다시는 이런 망신을 겪고 싶지 않다고. 선생님께선 그러셨다. 원래 요가를 하다 보면 장 활동이 활발해져서 그럴 수도 있다고. 아니요. 장 문제가 아니에요. 선생님은 몰라요. 아무리 요가 고수라도 모른다고요. 왜냐면! 왜냐면!!! 선생님한텐 질이 없잖아요! 아아아아악!!!


집에 와서 오늘의 수치를 곱씹고 있는 내게 메시지가 왔다.










우리 선생님 정말 자상하셔... 정말 친절하시고... 다정하시고... 배려 많으시고... 상냥하시고... 속이 깊고... 스윗하고... 인정이 넘치고... 사람이 좋으시다. 좋으신데. 좋으신데! 선생님 그거 아시나요. 선생님의 메시지가 저를 두 번 죽였다는 것을. 나는 더 수치스러워졌다.


이게 똥방귀였다면 요가 가기 전에 장을 비운다거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다거나 해결방법이 있었겠지. 하지만 이것은 질방귀이다. 질이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말이야. 집에 와서 쟁기자세를 다시 연습하고, 다음날에도 일어나자마자 연습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내 몸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소리가 왕왕 울려 퍼졌다. 나는 내 방귀 소리로 잠자던 사람도 깨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가, 내 평생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서기 성공할 때까지 다니고 싶었는데 말이야.

후...

하...

무거운 표정으로 결론 내렸다.


요가? 다신 안 해. 아니,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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