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이야기를 써야 할 것만 같은 강박

by 고니크

아니 나는 개그맨이 아닌데 왜.

그것은 사람들이 유쾌한 글에만 이렇다 할 반응을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반응이 고픈 사람이기 때문에 내 인생을 행주 짜듯 쥐어짠다. 그러다가 웃긴 에피소드가 주룩 흘러나오면 올타쿠나 하면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내게 남은 유쾌한 이야기가 없다. 일단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사실 오늘 내가 쓰고 싶었던 건 마시를 보내고 난 다음의 내 감정에 대해서였다. 마시를 너무 사랑하지만 마시 때문에 괴로웠던 순간들. 마시의 안락사 날짜가 3일 남았는데 사료가 다 떨어졌을 때. 동물병원에 가서 1.5kg 사료를 들고 "이것보다 더 적은 건 없나요?" 물었던 나. 마시를 보내고 온 날 새벽, 마시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구도로(대신 마시 자리엔 마시의 유골함을) 누워서 시간을 보냈을 때. 안방에서 자고 있는 정기가 나의 빈자리를 느끼고 나와선 이런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마음. 내 슬픔에 공감해준 친구들과 신경 쓰지 않았던 친구들. 그 두 집단을 보는 현재의 내 마음같은 것.


아니면 이런 이야기도 쓰고 싶다. 내 친구였던 란이. 나를 많이 좋아해서 내 생일 선물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썼던 친구. 그 친구의 생일을 3년 연속으로 까먹었던 나. 서로의 생일이 아니면 연락하지도 따로 만나지도 않았던 사이.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우리. 이제 비싼 선물은 그만하자는 내 말에 눈물을 쏟았던 너. 그리고 돌아온 내 생일에 잠수를 탔지. 그것이 8년 전이다. 란이는 여전히 잠수 중. 지금은 어디까지 내려갔니. 언제 올라올 거니. 산소가 필요하진 않니, 아님 나라도. "사실은 란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넌 란이를 좋아한 게 아니야"라는 제3자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나. 그래. 그럴지도라고 생각하는 나. 하지만 난 아직도 샤워를 하면서 란이에 대해 생각한다.


줄다리기하듯 란이를 끄집어내니까 그 뒤로 딸려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 있다. 나는 김씨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 나의 글로 나를 아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것같아서 내가 미끼를 던졌다. '만나자고 말해' 미끼. 김씨는 미끼를 물었고 우리는 만났다. 밥을 먹고 이제 헤어져야 하나?싶은 그때 김씨가 "뒤에 일정 없으시면 카페 가실래요? 저는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그때 사랑에 빠졌다고 어디에 쓴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면 지금 쓰겠다. 그때 사랑에 빠졌고 나는 나의 모든 이야기를 했다. 다시 만나고 싶다. 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 않기도 해. 만나고 싶어. 아니 안 만날래. 그날로 끝내는 거야. 근데 또 수다 떨고 싶어. 아냐, 그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어. 나한테 더 남은 말이 있을까. 몰라. 나는 몰라 모르겠어.


줄줄이 끄집어져 올라오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나는 이제 멈출 수가 없어진다. 효연아 너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친구를 닮았어. 이제는 그 친구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것, 그리운 것, 그것을 너가 가지고 있더라. 둘은 본 적도 없는 사이인데 어떻게 너가 그걸 가지고 있지? 혹시 내 친구에게서 빼앗았니. 하지만 너한테 더 잘 어울리더라. 반짝임, 쑥스럽고 뾰족한 것, 내성적이지만 명랑한 것. 해사함. 그런 것들 말이야.


현지야 나는 가끔 너의 침묵을 혼자 오래 해석하곤 해. 윤화야 나는 나의 5년 뒤보다 너의 5년 뒤가 더 궁금해. 송이언니, 언제부터 제가 좋았나요? 규남아 너가 내 결혼식에 와주면 좋겠어. 넌 꼭 가겠다고 말했지. 하지만 내 결혼식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꼭 온다고 말했잖아. 그런 너 정말 귀여워.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못지 않게 나는 나를를 빛낸 100명의 사람들로 노래를 5절까지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그렇게 딱 오백 명만 이 글을 봐주면 정말 좋을텐데...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후회한다. 이번 글도 적적하게 끝내버렸네. 오늘은 진짜 유쾌한 글을 써야했다. 나는 지금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의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조금 그렇기 때문에.


결국 외롭단 소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가 수업에서 박력 넘치는 방귀 56번 뀐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