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맘만으로 개를 키울 방법은 없을까

by 고니크

사랑하는 맘만으로 개를 키울 방법은 없을까.


저를 건들였다고 있는 힘껏 내 손가락을 물어버리면서 동시에 자길 혼자 두지말라며 애원하는 동물 앞에 나는 속수무책이다. 30분만 있으면 형 온다고, 마시야. 몇 번이나 쓰다듬고 타일러도 어차피 말도 안 통해. 허탈. 이미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는 글렀다.


마시를 억지로 문 안쪽에 밀어놓고 나오는 내 등 뒤로 문 긁는 발톱소리가 들린다. 내 속까지 같이 긁혀 찢어진다. 노견이라, 혹시 지금 이게 마지막 모습이진 않을까 걱정돼. 내가 앞으로 평생을 후회할 순간이 바로 지금인데 그걸 눈치 못 채고 발걸음을 떼는 건 아닐까 뼛속까지 불안하다.


끓는 냄비의 뚜껑처럼 가만히 있질 못하고 푸닥꺼리는 저 작은 애. 이성과 논리도 안 통하면서 뭘 말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표시하는 애. 왜 그렇게 필사적이어서 날 나쁜 사람 만드니. 물린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 저걸 내가 너무 사랑한다. 괴롭다.


나는 아무래도 개 키울 자격이 없다. 밥과 물을 먹이고, 똥오줌을 치우고, 쓰다듬어 주거나 산책 시켜주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를 키우려면 더한 게 필요하다. 근데 그게 나한텐 없나보다. 항상 벅차고 사소한 것에도 의연할 수가 없다. 미우면서 불쌍하고, 사랑하면서 귀찮은 양가감정 속에 빠져서 괴롭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게임을 하듯 인생을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