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플래너는 과연 내 편일까 2

by 고니크

플래너에게 추천받은 드레스샵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에토프꾸띄르, 시작바이이명순, 브라이드손윤희, 아뜰리에로리에, 더에이미, 에스띠아. 내 심장이 뛰는 샵이 단박에 있었지만, 나는 안다. 내 심장이 반응하는 대로 선택했다간 만인의 조롱을 당하게 될 거라는 것을.


나는 어려서부터 취향이 아방가르드 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좋게 말해서 아방가르드지, 나쁘게 말하면 괴랄한 미적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 눈에는 돈을 받고서도 안 입을 옷들이 왜 내 눈에는 예쁘고 귀엽게 보이는 건지, 그것이 34년 간 나의 의문이었다.


작년 여름 내가 빨간색 나시를 사서 입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레슬링 나가느냐, 조혜련 태보같다, 회원권 환불 절대 안 해주는 에어로빅 사장님같다는 말을 했다. 내 눈엔 귀여워 보였으니까 줄기차게 입고 다녔는데 하루는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이를 악물고 일갈했다. 내가 너였으면 그 나시 집에 오자마자 찢어서 버리고 침대에 엎드린 채로 울었을 거라고. 교환이나 환불은 꿈도 안 꾸고, 엉망인 취향을 가진 죄값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내 눈썹은 팔자로 쳐졌다. 힝... 귀여운데... 미안, 난 올 여름에도 입을 거야...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일은 최근에도 있었다. 인스타 돋보기에서 어떤 분이 입은 드레스가 너어어어무 예쁜 거다. 엄청나게 풍성하고, 층이 4개 정도로 나있는 화려한 드레스였다. 흔하지 않은 스타일에 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며 나 이런 드레스 입고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사진을 본 100명의 사람들이 놀랍게도 동일한 한 가지의 표정을 지었다.

‘극혐 표정.’

다들 내게, 너 그거 입으면 제기인줄 알고 사람들이 날 가지고 제기차기를 할 거라는 둥 모차르트 턱받이 아니냐는 둥 옛날 버터크림으로 만든 케이크 코스프레 같다는 둥... 말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웨딩드레스는 남들이 골라주는 것으로 입어야지. 절대 내가 고르지 말아야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날, 모두의 주목 속에서 조롱을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플래너가 추천해준 업체 중 내 심장이 뛰는 업체를 두 개 제외했다. 친구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1순위로 꼽힌 곳은 시작바이이명순. 어디 한번 입어보러 가볼까? 싶어서 플래너에게 투어 문의를 넣었는데... 와... 참나! 답이 뭐라고 왔는지 아세요? 시작바이이명순은 투어를 안 받고 지정만 받는다고 합니다! 그때가 2월 초였는데, 결혼 10개월 전인데! 지정만 받는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나는 옷을 사는 소비자고, 옷을 파는 매장에 가서 살 옷을 고르고 싶은데 매장이 나한테


“우리 매장은 구경으로는 절대 못 오시고요, 오시면 꼭 사셔야 돼요. 그거 아니면 못 오십니다.”


라고 말하는 꼴이다.

아니, 저기요. 돈은 내가 내는 거고,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옷 가게 아닙니까? 근데 왜 내가 내 돈을 주면서도 절절매야 하는 거냐고. ... 웨딩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애송이 예비 신부의 당혹감. 갑과 을이 철저하게 뒤바뀐 웨딩업계. 나는 이 기분을 앞으로도 더 자주 더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단 생각에 좌절했다.


나의 당혹감을 플래너에게 토로해봤지만 그녀는 내 반응에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이런 문화가 너무 당연해서 내 당황스러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이명순 씨 미워요. 밉다고요. 명순 씨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으면서 ‘결혼 준비? 야무지게 해보겠어! (주먹 불끈)’의 마음까지 차갑게 식었다. 고민이다. 웨딩드레스 어차피 아무도 기억 못 하니까 아무거나 입으라는 파와 당일에 신부를 밝혀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가장 돈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파가 반반 나뉘는 것 같다.


결혼, 나만 처음 아니잖아? 다들 결혼이 처음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다들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야? 나는... 나는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 나 또한 한 번도 친구들이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 하지... 하지만 제일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고는 싶고, 근데 한두 시간 입을 옷에 200 넘게 태워야 한다고? 머리는 터지겠는데 이걸 결정해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니, 결혼 싫다. 정말 싫다!


결혼에 대한 로망은 없으면서 의미부여는 하고 싶은,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다들 어떻게 하셨나요?


...3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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