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날, 그 남자가 찾아왔다
이녁, 그녁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다.
꼭 한 줄기라도 다가와주길 바라며.
희수가 오기 1년 전.
오빠는 입대를 했고, 희옥은 다시 혼자가 됐다.
오빠가 가불해 간 돈 때문에 월세 두 달 치가 밀려 있던 상태.
세 달째가 되어가던 그 시점, 희옥은 수두에 걸렸다.
옴짝달싹 못 한 채, 허름한 방 안에 갇혀 지냈다.
병이 거의 다 나아갈 무렵,
어디로 공장을 옮겨야 할지도 막막했고
이 꼴로 면접에 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본가에 전화를 걸었지만, 도움은 없었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한숨만 깊어졌다.
눈물만 흐르던 답답한 어느 날.
작은방 바닥에 손톱만 긁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은 훤했지만, 어느새 방안은 어두워져 있었다.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다. 돌덩이처럼.
'똑똑똑'
'이 시간에 누가 오지?'
"희옥 씨, 안에 계세요?"
문밖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희옥 씨가 다니던 공장, 경태산 반장이요!"
"자, 잠시만요!"
희옥은 급히 머리와 얼굴을 가린 채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젊은 남자와 중년의 남자가 함께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일 할 수 있으세요?"
"네...?"
"근처에 하나 새로 생겼는데, 차장님이 미싱사 급하대요."
"그래요~ 아가씨 미싱 A급이라며? 같이 하지 그래~ 내가 급해서 그래~"
희옥은 곤란한 듯 말했다.
"근데 제가... 방값도 세 달 밀렸고, 지금 수두라... 가불 되나요?"
"바로 줄게요! 방도 빼고, 바로 옮기자고!"
차장이라는 사람은 지갑에서 석 달 치 월급을 턱 하고 건넸다.
희옥은 눈이 동그래져선 급히 짐을 싸고, 택시를 타러 나섰다.
"나는 근처에 또 사람 보러 갈 테니까, 태산 씨랑 공장으로 가요."
"예, 차장님 알겠습니다."
차장이 자리를 뜨자,
남은 두 사람은 말없이 서 있다가 택시를 함께 잡았다.
"수두... 뭐, 다 나으셨네요."
"아... 네. 약도 잘 먹어서요."
"가불 해줘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네, 그러게요... 막막했는데..."
"거기 괜찮은 곳이에요. 적응 잘해보세요."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도착한 그곳.
공장 앞에는 달방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그중 한 곳으로 희옥을 안내했다.
"달값은 없어요. 그냥 공장 숙소라고 생각하세요."
"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제 이름은 경태산입니다. 완성반 반장이요."
"아... 네, 감사해요. 태산 씨... 아! 반장님..."
"에이~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르세요. 쉬세요."
문이 닫히고, 태산은 조용히 사라졌다.
희옥은 새 방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정말... 쨍하고 해 뜰 날은 있는 거구나.'
모든 인생엔 어둠이 깔려도
빛은, 언제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