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자퇴하고 싶다는 말에, 아빠가 해준 말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
혼돈과 눈물이 뒤섞였던 열일곱의 봄이었다.
학교의 시설과 아이들의 태도가 적응이 되지 않았던
3월 말쯤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울면서 학교를 갔다.
참으려고 해도 참아지지 않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며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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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이 너무나도 여린 아이 같았다.
고민을 털어놓은 상대는 4살 차이의 초등6학년 여동생뿐.
초등학생 6학년 여동생 지영이는 언니인 나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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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땅을 바라보며 걷다가 버스에 타 또 울기를 반복했다.
문자로는 친구에게 너무 힘들다며 고민도 토로했다.
친구는 어쩌냐면서 우리 학교로 전학 오라고 권했었다.
학교에 도착해 하루 종일 말도 안 하고 그냥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밥도 안 먹고 자리에 엎드려만 있었다.
급식이 반에서 배급을 받는 시스템이라서 담임선생님도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어느 날은 담임선생님께서 괜찮냐 물으셨다.
매일 왜 밥을 안 먹냐면서 조금이라도 먹으라 권유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엎드려 버렸다. 적응이 힘들다는 걸 눈치채신듯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매일 잠만 잤다.
계속 잠만 잤다. 밥도 안 먹고 음식이 넘어가지도 않았다.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몸무게가 8kg가 빠져있었다.
체중계가 고장 난 줄 알았지만, 거울을 보니 내가 너무 말라 보였다.
고민 고민하다가 저녁에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 자퇴하고 싶어"
화를낼 줄 알았던 아빠는 말했다.
"왜?"
"애들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고.. 욕하고 적응하기 힘들어"
"그래..? 그렇게 힘들어..?"
어른에게 말한 건 처음이라서 시원하면서도 슬픈 감정이 들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울어 쉐끼가...그렇게 힘들면 말을 하지"
나는 꺼이꺼이 눈물만 흘려댔다.
아빠는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일단, 한 달만 더 다녀보고 아니면 아빠가 자퇴시켜 줄게"
"걱정 말아 그전에 힘들면 자퇴시켜 줄 거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며칠 후
아빠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는지
술을 마시던 엄마와 아빠가 거실로 나를 불렀다.
"왜"
"너 학교 자퇴하고 싶다고 했어?"
"..... 응"
"왜?"
"담배냄새도 힘들고.. 애들도 너무ㅁ..ㅜ..섭"
"야 그까짓 똥통학교도 못 버티면 뭐 할 수나 있겠냐? 어?!"
엄마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야 네가 자퇴해서 뭐 할 건데? 어? 공순이나 하겠지! 아니냐?"
"검정고시 보려...ㄱ"
"검정고시? 네가 되겠냐? 그럼 그건 무슨 돈으로 갈 건데? 돈 있어?"
"......."
"네가 공장 다녀서 학원 다니면 되겠네~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해?!"
"아이고 참내 그런 식으로 말하려면 술 깨고 이야기해 그만해!"
"뭘 그만해 이씨, 야 네가 뭐라도 될 줄 알아? 어?"
결국 나는 눈물을 흘려버렸다.
"야 네가 뭘 잘했다고 울어? 울사람은 나야 으휴 미친년"
"그만해! 하영이 들어가 빨리"
"어딜 가! 앉아!"
"들어가 들어가 빨리!"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 괜찮아..?"
그 말을 뒤로 울면서 생각했다.
그냥 확 사라지고 싶었다.
나만 없으면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그런 무서운 상상을 하며 끊임없이 울다 지쳐 잠에 들었다.
새벽, 눈이 벌떡 떠졌다. 어제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엄마의 독설, 아빠의 위로, 동생의 불안한 눈빛까지.
나는 다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버티는데 까지 버텨보겠다고.
잠식되어있던 나의 우울이 슬며시 벗겨지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