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진짜 이유]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내 몸의 보디가드, 면역력 튼튼히 만들기

by 글쓰는공여사

"왜 평소에 안 하던 기침을 하고 그래?"


빵집에서 좋아하는 찹쌀떡을 쟁반에 담으며 내가 '콜록' 소리를 내자, 옆에 서있던 남편이 큰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목구멍에 씹다 남은 아몬드 가루라도 걸렸던지 딱 한번 마른기침을 했을 뿐인데…. 주위에 빵을 집던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마스크와 모자, 장갑으로 중무장하고 들어간 가게였다.


남편은 내가 코로나 증상으로 오해받고 눈총 받을까 미리 방어막을 친 거다. 마치 불같은 성격의 남편에게 아이가 얻어터질까 봐, 남편 보는 앞에서 얘 등짝을 후려치며 선제공격을 퍼붓는 짠한 엄마들처럼. 그래서 남편이 그렇게 말해도 난 섭섭하지는 않았다.


불안하다. 그 이유는?

불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진짜 이유는?

불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내가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까 봐.


내가 피해자가 되면 일상은 갑자기 All Stop 되고,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이 날뛰겠지. 병이 더 악화되면 어쩌나 생존 불안에 휩싸일 테고, 바이러스를 나에게 옮긴 사람에 대한 원망과, '하필 나에게…'라는 억울함도 곱씹게 되겠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를 피하는 사람들에게 섭섭한 마음도 들 테고. 그러다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면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고,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매일 새롭게 상처 받으며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하겠지. 둘 다 못할 짓이다.


모르니까 불안하다. 그놈이 어떤 놈이고, 어떤 짓을 했고, 퇴치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면 불안하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놈이다. 어떤 공격으로 우리를 녹다운시킬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스, 메르스도 처음엔 모르던 놈이었다. 겪고 알게 되니 덜 불안할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가도, 우리가 알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는 오고 또 올 것이다. 어떤 놈이 올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적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에 맞서 싸울 씩씩한 아군, 나의 면역력을 튼튼히 하는 게 불안을 이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너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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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免疫)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이러스란 놈도 잘 먹고 잘살아 대대손손 번식하는 게 목적이라,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침투해서 진지를 구축하고 공격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이런 적의 침투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아군이 면역계이다. 면역계는 집에 굴러다니는 고양이 털이나 침대 시트에 붙은 집먼지 진드기도 적이라 오판하고 맹렬하게 총질을 해대는 우둔한 짓을 가끔씩 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체로 보디가드처럼 듬직하고 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멋진 놈들이다.


이런 멋진 놈들을 더 튼튼하게 만들려면,

1. 지나친 정보검색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 혼자 새로운 정보를 접하지 못해, 이미 적에게 점령된 도시에 혼자 고립될 염려는 없다. 내 머릿속에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정확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쫘악 꾀고, 외워서 읊을 정도라면 그건 집착이다. 집착은 불안과 공포를 낳고, 긴장으로 움츠러든 우리 몸에 적은 쉽게 침투한다.


2. 햇볕 받으며 많이 걷는다.

침침한 방 안에서 바이러스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탁 트인 산책로에서 햇볕 받고 바람 쐬면서 많이 걷자. 비타민 D 생성뿐 아니라, 몸과 마음에도 활력이 생긴다.


3. 영양가 있는 음식 잘 챙겨 먹고 잘 잔다.

비상식량이라고 생수와 라면만 잔뜩 쌓아두고, 돌아가면서 다양한 라면 끓여먹는 것으로 내 건강 챙기고 있다고 위안 삼으면 안 된다. 자연식품을 이용한 '요리'로 내 몸의 힘을 키워줘야 하고,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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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안경원에서 안경을 새로 맞췄다. 노안이 와서 다초점렌즈를 장착한 안경이라, 구정 지나고 찾으러 오라 했다. 구정이 지나고 안경 찾으러 오라 두 번이나 친절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했고, 공교롭게 그 안경원은 용산역 한가운데 있었다.


최대한 미루고 미루니, 이제 안경원에서도 전화가 안 온다. 아마 바이러스 잠잠해지고 4월쯤 안경을 찾으러 가면, 안경사는 나를 기억은 하려나? 어디다 뒀더라?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구석에서 내 안경을 겨우 찾아내겠지. 안경집에 뿌옇게 앉은 먼지를 훅 불어, 이제 잘 펴지지도 않는 안경다리를 겨우 펴서 내 코에 걸쳐주고는 이렇게 묻겠지.


"잘 보여요?"

"글쎄요…. 흐릿한 것 같은데…. 제 안경 맞아요?"


그사이에 눈이 더 나빠져서 새로 맞춘 안경도 안 맞으면 어쩌나? 이젠 별 걱정이 다 든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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