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회오리 소용돌이치듯
24주가 되었다.
임신의 주수는 나의 건강 이상 상태를 아주 잘 설명하는, 혹은 예지하는 지침서가 됐다.
입덧이 사라질 시기라고 하자 입덧이 사라졌고,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현기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주 따박따박 다 챙기는 정직한 몸이다.
그만큼 우리 아가도 모든 곳을 정성껏 잘 만들고 있길...
남편은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란을 익혀 식사를 준비해준다.
산책을 가자고 하면, 함께 나서준다.
어제는 한강공원에서 치킨을 먹자고 해
둘이 신나게 걸어갔다 왔다.
바람이 시원하고 개와 아기가 뛰어노는,
넥타이부대가 돗자리위에서 너털웃음을 이어가고,
강물이 흐르는 파라다이스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달콤하고 쏜살같이 흐르는 동안
우리 아이는 뱃속에서 여전히 강도를 더해가며
발차기를 하고,
나는 잠시 엄마가 되는 내일을 두려워한다.
남편은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엄마가 되기 전 출산의 고통이 무서울 것이라 차마
짐작해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그저 40주에 가까워지는 날이 갈 수록 산고의 고통이 10이라는데, 그것은 어떤 것일지 짐작조차 못하며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렇다. 사서 걱정이다. 어차피 올 날, 올 고통인데.
겁쟁이다.
한편, 우리 아이는 내 말을 잘 들어줄지, 아빠를 닮아 건강한 육체와 바른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우리 아가, 아빠 판박이였으면 좋겠다 싶다. 외모는 그렇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아이가 나와 남편 사이에서 서로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식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신나게 돌아다니고, 신나게 살았으면 좋겠다. 밖에서 힘들더라도 서로가 위안이 되는 사람들로...
나는 그런 가족 구성원을 꿈꾼다.
자다가도 다리에 쥐가 나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곳곳 배가 당기고...
결혼의 디데이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떨리면서도, 막상 마음의 준비는 늘 다시 하는 것이...
출산의 준비인가보다.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볼 수록 예쁜 내 남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밤...
소용돌이 치는 인생의 회오리 속에서
씨앗 하나 땅에 남기려 하고 있다.
부던히 노력해야 할 일이다.
10달간 품는다는 그 말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