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방쓰 하루

2024. 08. 19 율이 생후 77일의 기록

by 곰곰

여느 때와 같았던 아침이었다. 율이는 8시간 통잠을 잤고 일어나서 나를 보며 웃어줬다. 기저귀를 갈려고 보니 남편이 출근길에 기저귀를 한번 교체한 것 같았다. 율이랑 아침인사를 하고 쭉쭉이 마사지도 했다. 아기 침대에 눕히고 미온수를 묻힌 가제손수건으로 세수를 시켜줬다.


그리고 수유 준비를 하고 수유를 했다. 돌아보니 원래는 배고프다고 신호를 주거나 우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순간 아기가 커지고 발달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보느라 배고픔은 잠시 뒤로 한 채 새로운 자극을 즐긴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율이에게 분유를 줬는데 먹고나서 분수토를 한 번 왈칵하더니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사실 너무 놀랬다. 어디선가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기도 불안해한다는 것을 봐서 놀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율이에게는 “게웠어? 닦아줄게” 하고 옷을 갈아입힌 후 남편과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부랴부랴 아기띠를 찾아서 소아과에 갈 채비를 했다.


아기띠는 주말에 당근 어플로 구입했는데 처음 사용해보는 것이었다. 아기띠를 하긴 했는데 뒤에 있는 후크에 손이 닿지 않아 채우기가 어려웠다. ‘옆집 아주머니에게 해달라고 하지 뭐!’하며 일단 집을 나섰다.

‘띵동’


벨을 눌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사람이 없나?’ 싶었다. 다시 한 번 더 벨을 눌렀다.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소아과를 가야하는데 아기띠 후크를 채우기가 어렵다며 부탁드렸다. 아주머니께서는 옆집에 애기가 있는지도 모르셨다며 “아기가 참 순한가 봐요.” 라고 하셨다. 네... 맞아요.. 우리 순두부...

아기띠를 한 채 진짜 빠른 걸음으로 소아과까지 걸어갔다. 빨리 걸으니 7분 정도 소요됐다. 소아과에 갔는데 율이가 가장 어려보였고 기침 소리가 들릴 때마다 행여 감기가 옮을까봐 마음이 불편했다. 자리를 피해 소아과 안을 돌아다녔다. 아침 9시 전에 도착했는데 사람은 많았지만 원장님이 두 분이라 생각보다는 대기가 길진 않았다.


율이 차례가 돼서 들어갔는데 분수토 원인으로 말씀해주시는 것 중에서 ‘과식’이 있었다. 그때 ‘아차!’하며 어제했던 꿈수가 생각났다. 분유 765cc와 모유 30분을 먹은 기록이 있었다. 나는 이제 단유가 됐다고 생각하고 딱꾹질을 멈추는 방법으로 젖꼭지를 물린 것이었다. 빨면서 잠을 자길래 이대로 재우자 싶어 물린 것이 30분. 계속 빨긴 했는데 모유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인하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교수님께서 이 시기에 하루에 800cc는 먹어야하고 양이 안 돼면 꿈수를 하라고 하셨었다. 그렇게 젖꽃지를 물린 후 밤 11시30분쯤에 기저귀도 갈고 꿈수를 했다. 이전에 꿈수는 잘 먹는 느낌이었는데 어제는 50cc를 먹었다. 나는 ‘총 수유량이 800cc가 됐다!’하며 안도하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 율이는 꿈수를 하지 않아도 배가 충분히 불렀던 것이었다. 잘한다고 한 것을....

처방전 없이 소아과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율이는 20분 정도 있다가 트림을 2번했다. 그리고 첫 수유를 하는데 잘 먹어주었다. ‘과식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소아과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오후에도 이렇게 분수토를 하면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우당탕탕 진료를 마치고 친정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내 목소리가 갈라진 것처럼 들린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목이 부으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콧물도 나오려는 것 같았다. 부랴부랴 마스크를 하고 감기가 맞는 것 같아서 상비약을 찾았는데 감기약이 없었다. 약국을 가든 병원을 가든 약을 먹어야할 것 같았다.


다시 친정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감사하게도 엄마 아빠가 집으로 와주셨다. 이비인후과에 가니 초기 감기라고 했다. 집에 와서는 약을 먹고 자야 빨리 나을 것 같고 왠지 약기운도 있는 것 같아서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두드려 맞은것 같고 손가락 마디도 아프고 발가락 마디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잠은 안 오고 뒤척거리기만 했는데 율이를 친정에 보내야하는 것인지, 생각이 복잡해지고 일주일만 어디 가서 쉬다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은 계속 잠기고 기침도 나올 것 같고 관절은 아프고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율아, 분수토 할 때 힘들었지. 특별히 아픈데 없이 과식이라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싶었어. 율이 안아주고 놀아주고 싶은데 같은 공간에서 가까이 갈수 없다는 게 속상하다. 엄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한결 나을 거야. 건강히 잘 커줘서 고마워


20240819.jpg 감기에 옮을까봐 마스크를 끼고 율이를 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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