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5 율이 생후 165일 기록
‘레오야, 두려움을 이겨낼 지혜를 주라’
역류검사 전, 병원에 설치된 작품을 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11월 15일 기어이, 아니 감사하게도 율이가 역류검사를 하게 됐다. 역류검사에 대해선 율이가 급성신우신염으로 입원했을 때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였을까, 그 후 40여 일 만에 재발해서 다시 입원했을 때였을까, 담당교수님께 듣게 됐었다. 당시 역류검사를 검색했었는데 굉장한 것 같았다. 굉장히 힘든 검사. 그래서 끝끝내 피하고 싶은 그런 검사인 듯했다.
이번에 역류 검사를 앞두고 신촌 세브란스에선 어떻게 진행되는지 찾아봤는데 의료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걱정을 덜었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 여기서 역류검사를 받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병원에 도착해서 역류검사 전 소변검사를 했는데 소변이 지저분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당황스러웠다. 3주 전 인하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소변이 지저분하다는 결과를 들었고, 균배양 검사에서 대장균이 나와 항생제 치료를 했던 터였다. 한편으론 조금 있으면 진료도 보게 되니, 이곳이 병원인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율이가 정말 역류가 있는 아가인가...’ 이런 생각이 들며 마음이 이내 무거워졌다.
이 무거운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기가 어려웠다. 요로감염 정보를 알 수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들을 찾았다. 어떤 댓글을 보니 율이랑 상황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길래 그 댓글에 글을 남겼다. 얼마 안 있다가 메시지가 왔다. 댓글에 대한 연락이었는데 상대측에서 채팅을 걸어주었다.
‘오늘 역류 검사를 할 수 있긴 한 건가...’ 소변이 지저분하다는 연락을 받고 심란했는데 채팅으로 궁금했던 것들도 물어보고 무거웠던 마음을 털어놓으니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 ‘이분도 천사 엄마구나... 온라인 천사 엄마’
그러다 다시 간호사실에서 연락이 왔다. 소변이 지저분해도 역류 검사를 진행한다고 하셨고 검사에 대한 안내와 주의사항 등을 전화로 전달받았다.
그렇게 진행된 역류검사. 정말이지 발달 시기상 더 커서 받았으면 너무나도 힘들었을 것 같았다. 율이는 5개월 아가라 이 기억은 떠올리고 싶어도 평생 기억하지 못할 검사가 됐지만, 검사를 받는 동안 내 마음은 입고 있던 납 조끼보다 훨씬 무거웠다.
소변 줄을 꽂은 채 식염수와 조영제를 섞은 용액을 투여하면서 소변이 역류되는지를 엑스레이로 촬영하는 검사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었다. 검사를 받는 동안 동요가 나오는 영상을 봤는데 율이는 생애 첫 미디에 처음엔 집중하는 듯했으나 5분 정도가 지나자 강성울음을 터트렸다.
역류검사를 마치고 진료실로 이동해서 호명되길 기다리는데 마침 검사를 해주신 의료진이 지나갔다. 검사 전에도 율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정말 노력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었다. 율이를 보시고는 옆에 앉더니 율이를 안아 봐도 되냐고 하셨고 눈에 예쁨이란 것을 가득 담은 채 놀아주셨다. 무거웠던 마음이 이내 밝아졌다. 검사 후에 이렇게 안아주시기까지...!
호명이 되고 진료실로 이동했는데 교수님을 뵙기 전에 먼저 예진을 했다. 예진을 해주시던 의료진도 율이가 예쁘다고 말을 걸어주시는데, 긴장된 마음이 그새 잊혀졌다.
그렇게 교수님이 오셨는데 검사한 자료들을 보시더니 "역류가 없다"라고 하셨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마음이 많이 쓰였나 보다.
이 밤, 율이가 역류가 없다니 그저 감사함에 눈물이 또 난다. 역류검사 난이도가 상당히 높긴 했다. 이날을 기다리기까지 애탔던 마음, 오늘 소변검사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막했던 마음, 여러 가지 마음들이 지나간다.
몹시도 피곤했던 하루. 나도 이만치 피곤한데 당사자였던 우리 율이는 얼마나 얼마나 피곤했을까... 율이가 잠들기 전 평소보다 아주 많이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 율이 피곤했을 만 하지...
율이가 밤에 강성울음을 할 땐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는데 한숨 고르고 나니 마음에도 날개가 있다면 찢어지는 게 아니라 오늘의 하루를 통해 더 윤기가 나고 더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정말 올해의 키워드를 꼽자면 요로감염이 들어갈 정도로 컸다...!
오늘 뜻밖의 배움은 ‘정말 세상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참 많구나’ 하는 것.
‘상대방을 보고 웃어주는 것, 친절을 베푸는 것’ 역시 때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네.
율아, 고맙다. 우리 율이, 오늘 고생 많았어. 사랑해 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