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미끄럼틀을 탔다

2024. 11. 27 율이 생후 177일 기록

by 곰곰

오늘 하루도 정말이지 빠르게 흘렀다. 율이는 거실을 원하는 방향으로 배밀이를 하고 다녔고, 입이 간질간질한지 치발기를 쥐어주면 한참을 빨았다. 그러다 치발기의 각도가 잘 들어맞지 않거나, 책을 빨려고 하는데 책이 빨리지 않을 땐 짜증을 내고 울기도 했다. 5개월 끝자락, 6개월을 앞둔 율이를 감정표현이 한층 더 풍부해졌고 율이가 누리는 공간의 범위도 더 커졌다.


아침에 눈을 뜬 율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밤에 잠이든 율이의 모습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진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 사랑엔 경계가 없다. 아무리 표현해도 아무리 질리지 않고 표현할수록 다정한 말엔 온화함이 더해진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절대적인 수치로 정해져 있지만,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참으로 상대적이다. 율이와 함께하는 하루가 참으로 빨리 흘러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다가오는 내일과, 또 그다음 날이 기대가 되고 다음 달의 성장이 기대가 되고, 이렇게 기대감이 쌓여 내년의 율이가 또 기대가 된다.


내년이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고 실제로 그다음 해가 됐을 때 설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고 입춘이 오지 않았으면 했었다. 그런데 율이와 함께하는 지금은, 그토록 거부했던 내년이라는 그 미래의 시간을 이토록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율이는 표현이 풍부해지고, 소근육과 대근육의 활용범위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하루하루의 성장이 쌓여 다달이 놀라운 발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엔 율이가 돌을 맞이하게 된다. 걷고 있을 것이고 내년 이맘 때는 뛰고 있을 것이다.


언제 그날이 오려나 싶겠지만, 시간 미끄럼틀은 워터파크에 있는 미끄럼틀처럼 타는 순간, 물 위에서의 속도는 더더더 빨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더없이 감사한 것은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후회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율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좋고,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율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은 늘 그랬다. 율이와 함께하는 그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지금 여기에 깨어있기'처럼. 너무도 어려웠던 지금 여기에 깨어있기. 율이와 함께 할 땐 '지금'을 누릴 수 있었다.


율이를 보면 인간의 본능에 대한 생각들이 든다. 계속 도전하는 본능. 나아가려는 본능. 하루에도 수없이 배밀이를 하고 뜻대로 안 되면 울고, 그러다 다시 도전하고. 기어이 원하는 목표물을 손에 쥐고 입에 무는 모습을 봤다. 여러 번.


율이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율이가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을 들을 보여줄까 기대된다. 내일을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온전히 율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일을 해주는 덕분이다. 남편의 희생이 있어 내가 율이를 온전히 케어할 수 있고 너무도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기승전 감사이다.


20241127.jpg 이가 나려는 건지 오물오물거려서 치발기를 쥐어줬다


keyword
이전 10화두려움을 이겨낼 지혜를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