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8 율이 생후 178일 기록
5개월에 접어들면서 율이가 입을 오물오물할 때가 많았고 새벽에 강성으로 울 때가 종종 있었다. 토닥여도 달래 지지 않았고 안고 한참을 다독여야 진정되며 다시 잠들었다. 이앓이가 맞는 것 같다고 여기며, 우리 율이가 어서 이가 올라오길 바랐다. 이가 나는 구멍이 날 때까지 잇몸이 붓고 매우 아프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어떤 변화가 생겼으려나?" 하며 하루 중에도 몇 번씩 율이 아랫입술을 밑으로 내리고 확인하곤 했었다. 오늘도 그러한 날 중 하나였다.
그런데, 보였다!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하얀 구멍! 얼마 전 얼핏 아랫잇몸 안쪽으로 아주 살짝 불룩한 게 보였었다. 드디어 구멍이 숑! 어제도 한참을 입을 오물오물거렸는데, 드디어. 드디어 열린 것이다.
율이가 새벽에 강성으로 울었을 때, 토닥여도 달래 지지 않았을 때 ‘율이가 이앓이를 하는구나, 율이가 아파하는구나.’ 율이를 안고 달래면서 덩달아 마음 한쪽이 아팠는데, 커나가는 과정이니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는 율이를 꼭 안아주며 사랑을 전달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입을 오물거릴 때면 치발기를 쥐어주는 일.
잇몸에 구멍하나가 나기까지, 이가 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율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을 너무도 알기에 오늘 그 구멍을 보는 순간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아주 기특해서, 율이가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노래 제목 "넌 감동이었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감동스러운 장면을 내가 온전히 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했다. 어제 다르고, 오늘이 또 다른 우리 율이. ‘하루’라는 시간은 율이를 만나고 아주 아주 소중한 시간의 단위가 되었다. 그저 일상일 수 있는 ‘하루’가 율이를 만나고, 율이와 함께하며, 율이를 바라보는 그 ‘하루’는 더없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율이가 보내는 하루, 그 안에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눈물이 핑돌고 나서 기특함으로 온 마음이 충만해졌 을때, 조금 더 길어진 율이의 발가락, 발바닥이 눈에 들어왔고 어떻게 이렇게 성장해가고 있는 것인지 그저 또 놀랍기만 했다.
그 후 낮잠을 자려고 입면을 하는데 이가 간지러운 것인지 평소보다 울었다. 쪽쪽이를 물리고 모처럼 율이를 안고 재웠다. 고생했다고, 눈을 감고서 쪽쪽이를 빠는 율이를 안은 채 율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눈썹을 쓰다듬고, 코도 만져보고, 볼도 만지고, 귀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발도 만지며, 우리 율이가 아주 많이 기특하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저녁 시간,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 앞에서 율이가 치발기를 가지고 놀며 우리 쪽을 한 번씩 쳐다보고 웃어주었다. 치발기를 오물거리다 우리를 보고 또 웃고, 또 웃고. 이렇게 교감하는 게 참 좋다고 느끼며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기가 우리 앞에 있을까"하니, 남편이 "엄마가 예뻐서"라고 대답했다.
우리 율이는 예쁜 말하는 아빠가 곁에 있구나! 예쁜 말을 하는 아빠, 예쁜 말을 예쁘게 받은 엄마, 그리고 그 가운데 웃고 있는 율이를 바라보는데, 그저 행복한 감정이 가득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쁘다. 이 아가. 강율.
정말이지, 율이를 만나고 율이가 성장하는 놀라운 하루하루를 함께 겪으며 내 삶 역시 나날이 새날임을 실감한다. 율이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듯, 율이와 함께하는 나의 삶도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율이가 열어준 새로운 세계 속에서 새로운 나날을 살아간다. 율이가 선물해 준 새 삶이 감사하다.
남편에게 또 한 번 놀랜 것은, 율이 이가 나려고 하는 것을 한번 보라고 하니 율이를 귀찮게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멋지다 우리 남편.
벌써부터 이렇게 눈물이 고이는데 유치원 재롱잔치 땐 대오열각이다. 훤히 보 인다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