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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서가 Jan 28. 2024

무탈하게 겨울을

2024.1.25.


이번주는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의 연속이었다. 점심시간에 산책하기로 결심한 날부터 이상하게 산책하기가 더 어려워진 기분이 들었다. 너무 추웠지만, 그래서 귀찮았지만, 밖으로 나왔다.


십 분쯤 걸으니 웅크렸던 몸이 점점 펴진다. 아침보다는 확실히 따뜻했다. 어느 길로 걸을까 잠시 생각하다 자유공원 쪽으로 걸었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익숙한 고양이가 보인다. 코 옆의 점. 점순이다!


점순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인으로부터이다. 코 옆에 점이 있어 점순이라는 이름도 지인이 지어준 이름이다. 자유공원 근처에 사는 지인은 점순이가 집 근처에 자주 오길래 이건 운명이라 생각하고 입양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문을 열어 놓아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집에 키우는 고양이도 있어 억지로 데리고 오기도 어려워 가끔 보면 밥을 챙겨주는 사이라고 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산책길에 점순이를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 신포시장,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그런 점순이를 최근 오랫동안 보지 못했었다. 추운 날이 계속되면서 걱정이 되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점순아 잘 지냈니?"


반갑게 손을 흔들자 점순이가 쓱 쳐다보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자 머쓱해져 손을 내렸다.


평소 주변을 잘 보지 못하는 편이다. 항상 촉박한 시간에 출근하고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하며 칼퇴근을 위해 여유 없이 일한다. 퇴근 시간에도 허둥지둥 집으로 향하기 바쁘다. 언제부터인가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바쁜 기분, 이 기분 때문인지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30분의 짧은 산책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걷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속도를 늦추니 주변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새롭게 생긴 카페, 리모델링한 식당, 계절 따라 변해가는 나무, 그리고 점순이가.


길냥이들은 겨울에 어떻게 지내지? 문뜩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다. 한겨울 고양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겨울에는 산책할 때 고양이 간식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추운 날들, 점순이도 그렇고 모두들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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