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데 적정 속도가 있을까? 점심을 먹고 대부분 혼자 걷는 나의 속도는 '어슬렁'이다. 천천히 쉬며 걷는 걸음, 주변을 보면서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걷기 코스도 완만하고 편안한 코스로 슬슬 걷다 사무실로 들어온다.
회사 동료 H의 속도는 '타박타박'이다. 자신이 근수저(근육 부자)라고 하는 H는 지치지 않고 경쾌하게 걷는다. H와 함께 걸으면 걷는 속도가 바뀐다. '타박타박 타박타박, 어슬렁'의 속도라고나 할까?
혼자 걸을 땐 대부분 완만하고 편안한 길을 위주로 걷는다. 그래서 '어슬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 H와 함께 걸으면 산책 코스도 바뀐다. 완만한 언덕이 아니라 조금(아니 나에게는 많이) 숨이찬 가파른 계단과 언덕도 거침없이 걷는다. 가파른 곳을 어슬렁 걸음을 유지하면 걷기는 어렵다. 타박타박 경쾌하게 걸어 올라가야 덜 힘들다. 하지만 완만한 코스가 나오면 H와 나는 어슬렁 걸음을 걷는다. 사람구경, 나무구경을 하면서. 이렇게 함께 걷는 발걸음에 '타박타박 타박타박 어슬렁', 새로운 리듬이 생긴다.
꾸준히 산책하겠다는 다짐으로 연재를 시작했지만, 산책을 하지 못했다. 일에 대한 압박과 답답함으로 점심시간에도 모니터 앞에 앉아있곤 했다. 꾸준히 걷는 동료 H를 둔 덕분에 다시 점심 산책을 시작했다. 2주 만에 다시 산책을 하니 공기가 달라졌다.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 바깥에 봄이 성큼 와있었다.
혼자 걷는 '어슬렁'도 좋지만 함께 걸으면서 생기는 새로운 리듬도 좋다. 동료와 함께 걸으며 잘 가지 않던 길을 걷고 안 쓰던 근육도 쓰며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