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서가 Aug 11. 2024

미술관 산책

2024.08.10.


주말에 아이와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미술관에서는 세 개의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보라고 해서 관람하기로 한 전시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였다. 개인적으로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왕 나온 김에 모두 보고 가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넓고, 빽빽한 전시공간을 돌아다녔다. 항상 같이 묵묵히 관람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자고 할 때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부터 아이와 함께 전시를 볼 때는 천천히, 하나의 전시만 보자고 생각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세 개의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보라고 해서 관람하기로 한 전시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였다. 


전시실에 들어가서는 모든 작품을 모두 꼼꼼하게 관람하기보다는 아이가 관심이 있어할 만한 작품을 중심으로 관람을 하였다. 첫 번째 ‘사물의 세계’ 코너에서 아이가 관심을 보인 작품은 신기운 작가의 <진실에 접근하기> 연작이었다. 연작이었다. 이 연작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할 만한 물건을 그라인더로 갈아버리는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은 두 작품이었는데 각각 시계와 아톰 피규어를 갈아버리는 영상이었다. 평소 피규어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톰 피규어 영상을 유심히 끝까지 다 보았다. 영상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니, 피규어가 갈려서 아깝고 음악이랑 영상이랑 잘 맞지 않는 느낌인데 계속 보게 된다고 했다. 전시 설명을 읽어보니 작가는 이 작품으로 생성과 소멸에 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두 번째 ‘보이지 않는 관계’ 코너에서는 3편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 코너에서는 미카 로텐버그의 <코스믹 제너레이터>를 관람하였다. 화려한 형형색색 전구를 깨는 영상과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상점에서 멍하니 앞을 관망하는 점원의 모습, 핫도그 인형을 입은 사람들, 상황은 다르지만 영상은 반복된다. 조금 보고 있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아이에게 나가자고 하는데 아이는 더 계속 관람하고 싶다고 한다. 바닥에 앉아서 진지하게 관람하는 아이를 보니 귀엽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어떤 미래’ 코너에서는 마지막 전시 작품 잭슨 홍의 <런다이트 운동회>에서 아이는 신나 하며 한참을 공놀이를 하며 놀았다. 아이와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전시설명을 보니 조금 놀랐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를 공놀이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니, 도대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공놀이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질문과 함께.


천천히 아이에게 질문하며 아이의 걸음에 맞추어 전시를 관람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전시가 끝이 났다. 아이는 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전시 하나 더 보고 가요!”전시가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아이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럼 하나 더?’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천천히 생각하며 보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시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관람하는 아이의 걸음의 속도와 생각을 함께 나누는 시간, 미술관을 산책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 16화 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