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을 소리 내어 읽다

by 키키 리리

나는 라면을 먹으면 자주 토했다


나는 매일 1~2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뛰거나 걷는데, 가끔은 머릿속으로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서 구상한 내용을 노트에 간략히 적은 뒤 그것을 토대로 글을 쓸 리는 없고 대책 없이 쓴다.


글을 다 쓰고 나면 민망함을 무릅쓰고 소리 내어 읽는다. 웅변하듯 우렁차게 읽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조용한 힘을 느끼며 읽는다.


읽다가 매끄럽지 않고 어색한 부분이 나오면 과감하게 빼버린다. 공들여 쓴 글을 삭제하는 일이 아쉽지만 빼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소리 내어 읽고 삭제하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하면 내 글은 먹기 좋을 정도로 따끈해진 라면처럼 입안으로 훌훌 넘어간다. 배고파 기운이 없는 내 몸으로 들어가서 나를 살찌운다.


나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먹고 토하는 일을 반복했다. 특히 라면을 먹고 토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괴로웠다.


누군가는 쉽게 말했다. “그거, 안 먹으면 되잖아?”

그러면 나는 앙칼지게 되묻는다. “너는 그게 돼? 먹고 싶은데 참아지냐고?”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담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상해요. 먹고 토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손가락을 입안에 집어넣을 때도 있지만 이번엔 토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단지 떡볶이를 몇 개 먹고 나자 구역질이 올라왔어요.” 나는 몸서리치면서 말했다.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죠. 생각하지 않더라도 소화기관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어요.” 그가 천천히 설명했다.

“이유는 알고 있어요. 유독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 왜 거부감이 드는지 말이에요.”

나는 그에게 내 목을 조이는 굴레가 무엇인지 말했다.

‘과자, 빵, 라면, 치킨 따위를 계속 먹는다면 넌 뚱뚱해질 거야.’ 어머니는 줄곧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목소리의 주인은 지금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각인된 소리는 일종의 저주처럼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가 물었다. “그 말을 거역하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내가 거쳐온 시간을 잔뜩 쥐어짰다. 납작해진 과거는 몇 가지 감정을 토해냈으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었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계속 눈을 감은 채, 앞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원하고 갈망하는 대상을 가질 수 없다는 슬픔과 상실감이 밀려왔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 졸고 『나는 너무 오래 참았다』 중에서




소리 내어 읽는 건 쉽지 않지만 분명 도움이 된다


나는 이제 라면을 먹어도, 떡볶이를 먹어도, 치킨을 먹어도 토하지 않는다. 폭식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상담사 앞에서 무수히 연습했다. ‘토하지 않을 거야.’, ‘먹어도 괜찮아.’라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일은 너무나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을 열어 목소리를 직접 내는 행위는 쉽지 않다.


나는 간절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 편히 먹고 싶었다. 평생 고통받으며 살기 싫었다. 내 목을 조르는 그는 과거의 사람이었고, 지금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은 과거로부터 발생했으며, 지금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목구멍을 조이는 그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나중에는 그를 살살 달래며 말했다.


“전 라면이 먹고 싶어요.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봐요? 전 건강해요. 라면을 먹어도 아무 이상 없다고요. 먹을 거예요. 꼭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러니 ‘절 위해서’라는 단서 붙이지 마세요. 아시겠죠?”


몇 번의 연습 후 상담사가 말했다.


“머릿속으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어요. 말을 하는 건 쉽지 않죠. 계속 연습하는 일이 도움이 됩니다, 분명히.” 나는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말은 힘을 가진다. 소리 내어 말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용기가 샘솟는다.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어디를 빼야 좋을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내가 가진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생각이 난다. 그것은 무척 신기한 경험이다. 그러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면 자신이 쓴 글을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보자. 예전과는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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