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05 날씨 눈
오늘 아침 커튼을 열었더니 창 밖이 온통 하얗더라. 우리가 쿨쿨 자고 있는 사이에 구름아저씨가 하얀 이불을 덮어주었나 봐.
엄마는 어릴 때 눈 구경을 거의 못하고 자라서 그런지, 어른이 되어서도 눈이 오면 걱정보다는 신나는 마음이 앞서. 이런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서둘러 눈오리를 챙기고 놀이터로 나섰다.
엄마는 큰 오리를 들고, 너는 작은 오리를 들고 소복이 쌓인 눈을 '텁'하고 덮쳤지. 눈오리 집게를 다루는 건 좀 무리였지만, 어쩌다 오리 비슷한 모양만 나와도 꺄르륵 웃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단다. 엉성하게나마 네 손으로 직접 만든 게 뿌듯한지 자꾸 봐달래. 귀여운 녀석.
엄마도 큰 눈오리 두 마리, 작은 눈오리 두 마리를 만들었어. '올해 원몬이 동생이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요즘 추피책 보면서 자꾸 "원몬이도 여동생 있어."라고 하는데, 너 아직 여동생 없어.(어이없음) 엄마도 여동생이 찾아와 준다면 너무 좋겠구나.
그즈음이었던 것 같아. 갑자기 눈이 쏟아져 내렸어.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네가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미끄럼틀 밑으로 들어가 눈을 피했단다. 너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어.
"무슨 소리지?"
놀이터에 우리 둘 뿐이라 너무 조용했었나 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렸어.
'싸라기눈'이었어.
미끄럼틀 아래에 앉아 있으니 차조 알갱이 같이 작은 얼음 구슬이 지붕을 두드리네. 싸락, 싸락, 싸라락. 바닥에 닿을 때마다 눈의 낱알들이 빗방울처럼 톡톡 튀어. 팝콘 터지는 소리가 모래알이 바닥에 흩어지듯이 간지럽게 나.
뒤늦게 "눈 내리는 소리네? 눈도 비처럼 소리가 나네?"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넌 엉뚱한 말을 하였지.
"눈나기"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넌 '쭈룩쭈룩'이라고 말하며 손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싸라기눈을 가리켰어.
아, 너에겐 싸라기눈이 새하얀 소나기처럼 보였구나. 빗줄기가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구나. 그래, 오늘 이 싸라기눈의 이름은 '눈나기'로 하자.
그렇게 눈이 그칠 때까지 미끄럼틀 아래 쪼그려 앉아 코끝이 빨개진 채로 너를 껴안고 볼을 부볐단다. 가르쳐 주지도 않은 예쁜 말을 잘도 하는 네게 놀라워하면서 차가워진 뺨을 녹였지.
싸락이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시간이 멈춘 줄 알았을 거야. 세상이 온통 우리 둘 만의 것 같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