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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구난방

나는 나를 얼마나 칭찬했지?

혼자 있을 때 하는 질문

by 김이서


정기적인 1 on 1 미팅은 종종 간단한 헬스 체크로 시작된다. “0에서 10까지, 현재 에너지 레벨은?” 그리고 그 이유를 나누며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상대방의 상태를 무시한 채 내 우선순위만 밀어붙이면 일이 어긋나거나 관계가 틀어지기 십상이니까. 이런 헬스 체크 루틴을 애용하는 나조차도 남몰래 추가로 묻는 셀프 질문이 하나 있다.


“이번 주에 내가 나를 얼마나 칭찬했지?”


내 상태가 좋을 때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작게는 잘 해낸 일상적인 업무부터,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한 과제까지. “이 정도면 꽤 훌륭해”라는 생각이 들면 에너지와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성과나 장점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팀원이 해결한 어려운 문제, 성장 과정이 돋보이는 노력 등 크고 작은 성취를 기꺼이 축하해 준다. 상사와 동료에게 건넨 진심 어린 칭찬은 긍정적인 동기부여는 물론 관계의 깊이를 더해준다.


반면, 스스로를 칭찬하기 힘든 날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을 때나 내가 못났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의 여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팀원들의 강점보다 약점이 먼저 눈에 띄고, 결과물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만 꼬집고 싶어진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빨간펜을 휘두르고 있지만, 불필요한 지적을 줄이려 입을 꾹 다물다 보니 칭찬할 타이밍도 놓쳐버린다. 실은 칭찬할 마음이 없으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거다. 난 마음에 없는 소릴 잘못하니까.


스스로를 칭찬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인색해지기 쉽다.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할 수 있을 때, 그 여유와 긍정은 타인에게도 자연스레 흘러간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리더로, 동료로, 혹은 친구로 행동할지를 좌우한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은 자신감과 긍정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날 때, 나와 내가 속한 팀 모두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는 일이 단순한 위로 이상의 힘을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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