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19 흐림
원몬아, 엄마가 늘 고마워하는 일이 하나 있어. 여수에 계신 할아버지 얘기야. 할아버지는 엄마가 태어나기도 전에 담배를 끊으셨어. 아주 오랫동안 피워오던 담배였는데, 곧 태어날 딸을 위해 과감히 내려놓으신 거야. 엄마는 할아버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 결단과 의지가 얼마나 큰 사랑의 표현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느껴져.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어. 바로 네 아빠란다. 엄마랑 아빠가 원몬이의 존재를 처음 눈으로 확인했던 날을 기억해. 그날 아빠는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했어. 곧장 산부인과 근처 내과에 가서 금연치료를 시작했단다. 담배를 피우던 시간이 정말 길었고, 그동안 한 번도 끊고 싶어 하지도, 끊어야 할 이유를 찾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아빠의 금연선언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놀라움이되었지. 엄마는 그날 이후로 늘 아빠에게 말해. “곰곰이는 정말 위대한 아버지이자 훌륭한 남편이야.”라고.
시간이 흘러 벌써 3년이 되었어. 엄마는 아빠가 담배와 완벽히 결별했다고 믿었지. 그런데 어제 일산 할아버지랑 식사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어. 아빠가 어떤 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꿈까지 꾼다는 이야기에 엄마는 조금 놀랐어. ‘꾹꾹 참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러다 오늘, 네가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악어떼 율동을 함께 하던 아빠를 보았어. “자기 원몬이 좀 봐봐. 낮은 포복이 제대로야.”라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네 모습을 너무 기특해했지. 마지막에 “악어떼!”하고 양팔로 악어 입을 흉내 내며 너와 깔깔 웃던 그 순간, 엄마는 문득 깨달았다.
아빠는 ‘참고’ 있는 게 아니라, 이겨내고 있는 거구나. 아빠가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이해하게 됐어.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도, 담배의 유혹이 떠오르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 거야.
원몬아, 아빠는 참 멋진 사람이지? 앞으로도 아빠를 힘껏 응원하자. 아빠처럼 어려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되자. 그게 진짜 용기라는 걸, 아빠를 통해 배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