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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Apr 30. 2021

너를 꽉 붙들고

-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리처드 T. 모리스 글, 르웬 팜 그림>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리처드 T. 모리스 글, 르웬 팜 그림, 이상희 역, 소원나무>

이 그림책은 신납니다. 제가 사랑하는 곰이 주인공이고, 귀여운 동물들이 잔뜩 나오는데다 색감이 화려화고, 그림이 생기발랄합니다. 곰이 강물을 따라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이렇게 시작하는 그림책은 곰이 통나무배를 타고 여행하며 만나는 동물과, 모험을 통해 쌓아가는 경험을 담았습니다. 처음엔 만나는 동물은 외로움에 울고 있던 개구리인데요. 불쑥 나타난 거북이들을 만나 친구를 갖게 됩니다. 그 다음엔 비버가 올라타고 다음엔 너구리가... 통나무배에 타는 식구들이 점점 늘어나네요. 


<어느날, 폴짝, 불쑥, 훌쩍, 뚝, 콰당, 콰르릉 쏴, 첨벙첨벙> 이 단어들은 그림책의 글씨보다 크고 진한 글씨로 책의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중간 중간 나오는데요. 이 단어들만 이어보아도 곰과 동물 친구들의 모험이 어떠할지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강물의 기류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그림이 힘 있고 활기차면서 동물들의 표정이 생동감 있습니다. 


동물들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강을 따라 가는 길이 삶이라는 여행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 삶이라는 강에서 어떤 모험을 하고 있나요?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친구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이 그림책과 함께 ‘내가 만난 친구를 중심으로 삶을 돌아보기’를 해 보면 어떨까요. 하루라도 안보면 못 살만큼 가까이 지내던 친구도 어느 시기를 지나며 멀어지기도 하고요. 1년마다 학년과 반이 바뀌며 새로운 친구를 반강제로 조우했던 학창시절과 달리 어른이 되어서는 주로 일과 관련한 만남, 무언가를 배우러 갔을 때, 지인의 지인 등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었네요. 

‘개굴개굴 외로워’하던 친구, 혹은 내가 외로워했을 때 만난 친구는 누구였는지, 거북이들처럼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리려 애’쓴 친구는 누구인지, 너구리처럼 정말 신나했던 친구는 누구인지, ‘오리처럼 여럿이 함께 있는’ 걸 좋아했던 친구는 누구인지 떠올려봅니다. 


곰과 친구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곰이 개구리를 꽉 붙들’고, ‘개구리는 거북이를 꽉 붙잡’고,  ‘거북이는 비버를 꽉 붙들’며 서로가 서로를 꽉 잡으며 헤쳐 나옵니다. 

피할 수 없는 삶의 폭풍을 온 몸으로 맞서고 있는 친구는 가끔 ‘니가 있어 내가 버텨’라고 말해 저를 울컥하게 하는데요. 친구가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할까봐 안부를 묻곤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입맛 없어도, 밥 꼭 챙겨 먹어’, ‘나중에 우리도 여행 다니고 그러자’ 이런 덤덤한 내용이지만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손을 잡고 있음을 전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동물 친구들처럼 삶이라는 모험이 신나고 흥미진진할 수만은 없지만, 항공사진으로 보듯 우리 삶도 아주 멀리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모험을 겪어내는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꽉 붙들어준 친구들, 내가 꽉 붙잡고 있는 친구들에게 함께 모험할 수 있어 고맙다고, 아직 더 많은 강물을 만나보자고 이야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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