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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13. 2023

대통령의 앨범은 멜론 1위를 할 수 있을까?

음악 산업 내 뉴미디어 IP의 한계

  올해 4월 경 ‘커버곡 크리에이터는 뮤지션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수스, 제이플라, 라온과 같이 수백만의 뉴미디어 플랫폼 구독자를 거느린 크리에이터들이 음원 시장에서 겪는 한계점을 역설한 적이 있었다. 준수한 노래 실력과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결국 커버곡은 커버 그 자체에 그칠 뿐이고, 본인의 오리지널 음원과는 충성도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조금 더 트렌디하고 새로운 형태의 IP를 찾아왔던 뮤직 비즈니스 사업가들에게는 일종의 신기루였던 셈이다. 음악 시장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보수적이다.



  그렇다면 커버곡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일반적인 크리에이터까지 대상을 확장해보면 어떨까? 음악 관련 크리에이터가 애매하다면 결국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들도 기존 음원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IP일까?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더 높은 충성도 있는 팬덤을 거느릴지라도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내놓은 ‘음악’을 소비하려는 심리는 적은 것으로 추론된다. 마니아가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음악은 ‘아티스틱하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간단한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21년도 초 샌드박스의 크리에이터들과 기성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곡이 발매되는 ‘체인지업’ 예능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아무래도 비음악 크리에이터들이 단독으로 음악제작을 하게 되면 퀄리티나 진행 자체가 막힐 수 있다 보니, 무한도전 가요제가 그러했듯 기성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체인지업에는 총 5팀이 참여했고 도티, 피식대학, 진자림 등 뉴미디어 바닥에서 알아주는 크리에이터들이 라인업으로 꾸려졌다. 콜라보 아티스트로는 당시 넷상에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던 미노이는 물론, 던밀스, 크라잉넛, 유키카까지 한번쯤은 들어본, 다양한 장르로부터 아티스트 섭외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체인지업 프로젝트는 딩고와 유사하게 예능+앨범제작 형식으로 촘촘하게 짜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음원적으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장 트래픽이 좋았던 이현석X미노이의 ‘airplane’이 현재 기준 멜론 누적 스트리밍 44만을 넘기는 정도이고, 이는 객관적으로 분명히 아쉬운 성적이다. 나머지 4곡의 스트리밍은 2만부터 15만까지 훨씬 적은 수치로 어레인지가 나타난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없었을지언정 위 곡들은 모두 라이브 퍼포먼스 비디오 퀄리티의 MV가 제작되었고, 나름의 구독자를 보유한 각 크리에이터들의 본채널에 업로드되기도 했다. 이처럼 비음악 크리에이터에 전문 인력을 끌어왔음에도 그 앨범은 대중들에게 작품이 아닌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 애매한 결과물만 남았던 건 아니다. 우디X임하람의 ‘네가 그린 그런 그림’, 이사배X키썸의 ‘E.N.C’의 경우 두 음원 모두 현재 멜론 스트리밍 15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두 싱글의 경우도 아티스트/크리에이터의 인지도와 마케팅(유통)적인 측면에서 복잡한 조건이 더해졌을 거라고 추측되는 정도고, 뚜렷한 상관관계를 띄는 요소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우디의 경우 차트 가수이긴 하지만 평점과 리뷰에서 킹리적 갓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더불어 이사배가 유튜브 구독자 200만 명 이상의 메가 크리에이터이긴 하지만, 앞서 체인지업에서의 도티와 라온 또한 그에 준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에 팔로워 규모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닌 걸로 보인다. 크리에이터 단독으로 발매한 음악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매된 크리에이터 우정잉이 단독으로 발매한 싱글 ‘부장님이 개같이 굴었어’ 또한 현재 기준 멜론 14만 스트리밍 정도로 구독자 규모 대비 애매한 음원 성적만을 남겼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크리에이터라도 오리지널 음악을 제작을 마음먹었다면 수익보다는 발매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버츄얼 스트리머 씬에서 발매되는 음악은 고공 행진 중이며, 이세계아이돌은 멜론 실시간 차트 최고 6위, 플레이브는 초동 20만 장을 팔아 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뉴미디어가 아무리 대세라고 한들, 능동적이고 전환률이 압도적인 팬덤을 가진 서브컬쳐 씬을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투자 IP가 없는 셈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아는 IP가 아닌, 팬덤이 견고한 IP 형성이 더 가치가 높다는 새로운 교훈을 준다. 반장난으로 대통령이 싱글을 발매한다고 하더라도 멜론 1위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음원 소비의 지형도도 변화하고 있다. 완전한 메이저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알려진 기성 가수의 프로젝트성 음원이나 OST보다 팬덤이 강한 아티스트의 음원 소비가 훨씬 높은 상황이니 말이다.





by 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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