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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27. 2023

한국에선 지하 아이돌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한국 지하 아이돌의 성장 가능성

얼마 전 J-pop의 유행 때문인지, 낮아진 애니메이션의 진입장벽인지는 몰라도 ‘최애의 아이’라는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크게 히트했다. 나 또한 일본에 갔을 때 혹시나 ‘최애의 아이’ 굿즈가 있을지 찾아보기 하고, 타이틀을 불렀던 YOASOBI의 노래의 한동안 빠져 살곤 했다.


‘최애의 아이’ 중 웃어넘겼던 포인트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그중 제일 웃어넘겼던 건 지하 아이돌이라는 단어였다. 주인공 ‘호시노 아이’가 있던 ‘비코마치’라는 그룹은 ‘메이저 시장의 음악을 취급하지만, 팬층이나 타겟층은 마이너 시장을 노리는 아이돌"이라는 뜻의 지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데, 애니메이션을 볼때만 하여도, 전혀 현실성이 없는 얘기 혹은 있더라도 일본에만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일본의 지하 아이돌을 접하고 한국에도 지하 아이돌이 있다는 정보를 보고 지하 아이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지하 아이돌은 이미 꽤 성장하여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듯 마이너 시장에서 메이저 시장으로 넘어온 그룹들도 제법 있다. AKB48의 경우가 지하 아이돌로 시작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올라온 그룹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커져 버렸지만, AKB48의 콘셉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었다. 결성 초기에는 공연할 극장을 찾기도 어려워 지방의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였고, 지금은 만나러 갈 수는 없어졌지만, 한때는 오타쿠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아키하바라에서 언제든 돈을 내고 보러 갈 수 있었다. 마치 몇 년전 국내만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놀렸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귀멸의 칼날을 본 상화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현 일본 지하 아이돌의 타겟층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AKB48의 콘셉트였던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아이돌’이다. 이러한 타겟팅을 기반으로 지하 아이돌과 팬들의 거리가 좁혀진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 공연 후 얘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 마치 연인을 연상하게 하는 행동이나 표현 등 타켓을 명확하게 하고 단순히 팬층을 확장하는 것이 아닌 소비를 촉진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지하 아이돌은 일본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프록시마 클럽, 네키루’ 등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복장과 컨셉으로 한국 아이돌 시장의 마이너 층이 아닌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타겟팅되어 있는 듯하다. V-Log를 찍거나 기획과 컨셉에 좀 더 집중하는 등 한국 인디 음악 시장의 방향성을 좀 더 지향하고 있다. 아이돌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인스트림 씬과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는 한국 지하 아이돌의 문화는 앞서 얘기한 타겟층 설정의 오류도 있겠지만, 인구수의 차이, 문화를 이끌어갈 유지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전체 인구 중 약 1퍼센트의 비율이 마이너 문화를 좋아한다고 가정하였을 시 일본은 전체인구 중 1,262,270명 한국 513,772명으로 극명한 차이가 난다. 100명의 관객이 입장 가능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진행할 경우 차이는 유지하기만 해도 다행인 마이너 시장에서 더 큰 차이를 불러내고 잠재력의 차이도 극명해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하 아이돌들은 절대 지상으로 못 올라오는 것일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지금 당장은 올라오지 못하겠지만, 빠른 시일내에 대중들에게 접해질 것이고 지상으로도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올라가는 티켓값, 앨범 컷이라는 팬미팅을 가기위한 최소 앨범 구매 개수 등 K-POP 아이돌의 덩치가 커질수록 그림자도 같이 커지 듯 검색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지하 아이돌을 탐방하는 콘텐츠 등 점차 노출이 많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최근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도 있다. 남녀갈등, 세대 간 갈등, 바닥을 치는 혼인율 등 고립화되어 가는 사회 현상 속에서 연인을 연상케 하고 척이라지만 가까이서 위로를 해주고 돈을 내고 공연장에 언제든 가서 만날 수 있는 지하 아이돌의 매력을 점차 많은 사람이 알고 찾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의 지하 아이돌이 먼저 발전한 건 이러한 사회현상을 일본이 먼저 겪었기 때문 일수도 있다.






by 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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