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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r 30. 2024

쉽지 않은 'Super Lady' 되기

(여자)아이들 – ‘Super Lady’ / [2]

(여자)아이들 – ‘Super Lady’ / [2]


1. 아이들이 ‘TOMBOY’와 ‘Nxde’로 제시한 것

前 멤버 수진의 논란과 탈퇴 이후, 남의 일인데도 모두가 아이들의 향후를 걱정했다. 그 우려를 온몸으로 받아낸 그들은 ‘TOMBOY’라는 음악으로 응수했고, [I NEVER DIE]라는 앨범명을 실현시켰다. 이후 미니앨범 [I love]의 ‘Nxde’ 역시 완벽한 타이밍의 후속타를 만들어내며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꾼 좋은 사례를 남겼다. 보란 듯이 메인 댄서의 부재를 가볍게 이겨냈고, 갖고 있던 선택지 중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


친한 척 마저 거부하며 가식조차 기대말라는 ‘Uh-Oh’나, 야생에 던져졌지만 끝내 왕관을 차지해 그 무게를 견디는 ‘LION’ 등 이전 작품들에서도 아이들만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했다. 이 기발함이 ‘TOMBOY’와 ‘Nxde’에서 더욱 빛을 발한 건 음악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그 음악을 표현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제 역할을 잘 해주었기 때문이다. ‘TOMBOY’는 사회가 규정한 ‘Man’과 ‘Woman’을 모두 부정하고 ‘Just Me’로 자신을 표현했다. (It's neither man nor woman, Just me I-DLE) 그 당돌함은 팝펑크 사운드와 만나 통쾌함을 만들어내고, 레드 톤의 앨범 아트와 뮤직비디오로 그 메시지를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Nxde’ 역시 유례없는 저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데,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용기를 전하면서도 ‘누드’를 향한 외설적인 렌즈를 보기좋게 비꼬아 버린다. 후렴의 ‘Yes I'm a nude’라는 자극적인 속삭임 뒤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등장시켜 쌓여있는 편견을 깨부수듯 분위기를 뒤집는다. 뮤직비디오의 다양한 미장센과 의상의 명확한 오마주는 마릴린먼로의 스토리를 떠오르게 하고, 듣는 이에게 가벼운 성찰의 경험까지 제공한다.


특히 멤버들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해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하는 전소연의 역량이 놀라웠다. 각 멤버들의 음역대와 음색, 외양적인 이미지까지 고려한 파트 분배를 보면, 단순히 보컬 파트의 분리가 아닌 다섯 캐릭터가 등장하는 한 작품을 보는 듯하다. 단순히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것을 넘어 줄거리와 배경, 화자를 만들어내고, 비주얼적인 요소까지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아티스트는 결코 흔치 않다. 한 작품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단을 틀어쥐고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



2. ‘퀸카’와 ‘Super Lady’는 왜 아쉬운가

그 승전보가 꾸준히 이어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의 ‘퀸카’와 얼마 전 정규 2집의 타이틀곡으로 발표한 ‘Super Lady’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퀸카’는 사실상 ‘TOMBOY’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곡이었다. 전형적인 멜로디 구성과 강한 기시감으로 너무 쉽게 ‘TOMBOY’의 아류를 자처해버려 곡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Super Lady’에선 비욘세 등의 레퍼런스가 단번에 떠올라 곧바로 기울어진 비교선상에 놓이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부자연스러운 전개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새로움을 찾기 어렵고 리플레이 밸류가 없었던 ‘퀸카’의 약점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


아이들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던 재미있는 메시지조차 영 힘을 쓰지 못한다. ‘Uh-Oh’나 ‘TOMBOY’에서 맛본 당돌함이나 ‘LION’, ‘Nxde’의 허를 찌르는 표현들이 사라져 흥미를 잃는다.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던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나, ‘My boob and booty is hot(퀸카)’나 ‘패왕색 패기(Super Lady)’ 등의 가사는 어떠한 의미를 담기엔 그 표현이 너무 일차원적이다. 그 유치함을 포인트로 노린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뭔가 새롭고 세련된 여성상을 제시하려는 의도였다면 더욱 한발 앞섰어야 했다.



3. 아이들은 ‘댄스’그룹인걸

모든 것을 차치하고, ‘Super Lady’가 실망스러운 진짜 이유는 아이들의 ‘퍼포먼스’다. 전소연의 프로듀싱도, 민니의 중저음도, 미연의 시원한 음색도 다 좋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은 ‘댄스’가수의 영역에 있다. 아이들이 ‘댄스곡’을 잘 소화했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챌린지를 의식해 안무의 난이도를 대폭 낮췄던 ‘퀸카’에 비해 난이도가 조금은 올라간 탓일까, ‘Super Lady’는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임에도 멤버들의 각도와 타이밍, 각기 표현하는 무드가 모두 달라 퍼포먼스의 몰입을 방해한다. <스트릿우먼파이터2>에 출연했던 잼 리퍼블릭의 ‘커스틴’이 참여했음에도 해당 안무는 썩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퍼포먼스를 완성해 내는 것은 오로지 5명의 멤버들의 몫이다.


‘TOMBOY’와 ‘Nxde’ 역시 높은 수준의 안무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과 어울리는 연기와 무대매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의 퍼포먼스는 이 음악을 표현하기에 너무 부족하고, 불안해 보인다. 반복적으로 외치는 ‘Super Lady’가 빈 수레처럼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4. ‘아딱질’의 성공과 앞으로의 아이들

https://youtu.be/ATK7gAaZTOM?si=HyezHS24OhuCVndk

지난 앨범과 이번 앨범의 공통점이 있다면, 타이틀곡의 아쉬움을 달랠 흥미로운 트랙의 발견이다. [I feel]의 선공개 곡이었던 ‘Allergy’와 이번 [2]의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이하 아딱질)’는 타이틀곡만큼이나 주목을 받았고, 특히 ‘아딱질’은 현재 멜론차트 TOP 100 1위를 차지하는 등 ‘Super Lady’보다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당당한 메시지에 대한 강박과 스케일을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과 꾸밈없는 표현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멤버들의 독특한 음색이 곡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은 데뷔 때부터 장단점이 명확한 팀이었다. 장점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했다. 자신들만의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퍼포머로서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면 또 한 번의 ‘TOMBOY’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앨범의 절반의 성공은 아이들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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