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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y 27. 2024

밴드 붐은 시기상조인가 봅니다

환영받지 못한 QWER의 펜타포트


락 팬들의 페스티벌에 인방 밴드의 등장이라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걸밴드 QWER. 이들은 데뷔곡 ‘Discord’로 멜론 TOP 100에 입성하면서 인상적인 메이저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최근 발매된 고민중독’은 멜론 TOP 100에서 최고 순위 3위를 달성하고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괄목할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학 축제 시즌과 맞물려 윤하의 혜성’이나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처럼 새로운 밴드부 필수곡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렇게 QWER은 어엿한 대세 밴드로서의 위상을 업고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나 락 팬들에게 QWER은 불편한 손님이었다. 1차 라인업 발표를 통해 이들의 펜타포트 출연 사실이 공개된 직후 논란이 불거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멤버들의 실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초보자들로 구성된 기타와 베이스의 핸드싱크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 관람 문화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장르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 없이 오직 QWER만을 보러 오는 관객들은 락 페스티벌만의 매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기존 팬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게 행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치는 불만의 목소리는 나름 타당하게 느껴진다. QWER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서드 스테이지는 유망한 신인 밴드들이 출연 기회를 두고 경쟁하는 자리이다. 핸드싱크 여부를 떠나서, 당장 QWER이 연주력에서 비교 우위를 선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QWER에게 들어가는 개런티를 돌린다면 팬들은 양질의 무대를 더욱 즐길 수 있다. 걸밴드가 필요하다면 '슈퍼밴드2'를 통해 결성된 더 픽스처럼 국내 락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펜타포트에 QWER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허공에 외치는 '밴드 붐은 온다'


 실리카겔의 NO PAIN’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작년부터 '밴드 붐은 온다'는 말이 하나의 밈으로 돌고 있다. 마침 엔데믹으로 페스티벌 시장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이는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23 펜타포트는 역대 최다인 15만 관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느낌표를 찍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붐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장르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스타가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필요하지만 작금의 씬에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펜타포트 2차 라인업에서 공개된 국내 헤드라이너는 새소년, 실리카겔, 잔나비까지 총 3팀이다. 실리카겔은 4년 연속으로 출연하고, 새소년은 앨범 하나 없이 헤드라이너를 차지하며, 잔나비는 멘트 논란을 딛고 2년 만에 헤드라이너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들만큼 스타성과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대어급 밴드가 없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공공사업으로 진행되는 펜타포트와 부락 외에는 대규모 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수익성 문제로 인해 지산 밸리는 일찍이 문을 닫았고, GMF와 DMZ는 인디 전반으로 타겟을 확장하여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밴드 붐은 온다'는 외침이 기약 없게 들리는 이유다.

 

결국 펜타포트와 부락처럼 정통 락 페스티벌이 명맥을 이어가려면 팬들이 원하는 해외 밴드들을 헤드라이너로 초청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익성 높은 국내 밴드들을 섭외하여 총알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현시점 대중들의 유입을 가장 기대할 만한 밴드가 바로 고민중독’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QWER이다.





QWER이 물어다 줄 뉴비


 물론 QWER을 '락 밴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원더걸스의 Why So Lonley’처럼 단발성 컨셉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만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악기를 가지고 모였다는 점에서 밴드로서의 정체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만화 '최애의 아이'를 찢고 나온 듯한 이들이 가진 제이락 기반의 사운드는 어디까지나 팝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소스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아이돌 밴드' 혹은 '케이팝 밴드' 정도로 선을 그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다만 QWER의 존재가 씬에 새로운 흐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유튜브에는 고민중독’ 커버 연주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기타리스트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라이네라(LiNela)의 커버 연주 영상은 85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널리 퍼지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에 로망을 갖게 된다면, 스탠다드 락 넘버들을 카피해 보거나 밴드부에 가입해 보면서 장르 자체의 팬이 되는 긍정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걸밴드로서는 사실상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밴드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들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밴드에 도전하는 뮤지션이나 또 다른 형태의 밴드를 기획하는 레이블이 늘어난다면 기존 팬들에게 더욱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거위의 배를 가를 필요는 없다


 락 페스티벌은 슬램이라는 행위처럼 고유의 문화를 가진 장르 팬들의 이벤트다. 특히 펜타포트는 이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가장 전통성 있는 페스티벌 중 하나다. 때문에 최근 한 걸그룹 팬들이 사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대학 축제에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입장한 사례처럼, 유입이라는 명목으로 인해 락 페스티벌의 취지가 흐려질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QWER에 대한 게이트키핑은 어쩌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르의 생존과 번영을 원하는 진정한 락 팬이라면, 현시점 QWER이 씬을 위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힙합에게 젊음과 청춘의 상징이라는 자리를 넘겨준 시점부터 이어진 지난한 침체기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QWER이라는 밴드가 조명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고 씬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할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르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 없이 '어디 근본 없는 것들이'라는 안일한 논리로 QWER의 펜타포트 출연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아직 밴드 붐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낼 뿐이다.





by. J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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