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에세이/ <스토너>_존 윌리엄스
2024년 한 해의 시작을 스토너와 함께 했다. 멀리서 스토너의 인생을 관전하는 입장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스토너는 참 담백한 인물이다. 그가 마주하는 크고 작은 행복과 고난을 대하는 태도는 뭔가 초연한 듯했다.(그의 심리묘사가 그러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스토너는 그를 괴롭히는 이디스, 로맥스, 찰스 워커를 무찌르지 않았다. 고난을 인내하고 학문과 교육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캐서린과의 이별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평생을 해온 학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삶이 전개되는 긴 소설이었기에 스토너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삶도 빠르게 전개되었다. 여러 인물들의 삶이 함축되어 있지만 오랜 기간 스토너의 시선으로 함께 한 느낌이 들었다. 스토너가 교육자로서 한평생을 대학에 있을 때 그의 아내 이디스의 삶 그리고 딸 그레이스의 삶, 그레이스의 아들.. 스토너가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시점부터 시작된 소설은 그의 손주가 중학생이 될 시점까지 전개된다. 스토너가 인내하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에 이입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그가 눈감는 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가 평생을 열정을 바쳐 살아왔음을 깨달았을 때, 그 열정이 정신과 마음을 모두 포함하며 그 대상이 여성이든 시든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임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그의 삶은 훌륭했다고 확신했다. 그가 실패한 것이 무엇이며 성공한 것은 무엇이고 기대한 것은 무엇이며 얻은 것은 무엇인지 마지막 순간에는 다 중요하지 않아 졌다. 살아가는 한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한 해를 시작하며 나는 지금까지 어떤 열정을 바쳤고 바치고 싶은가, 그리고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인내하고 있나를 성찰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