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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sk Apr 19. 2021

임원은 Ultra 정규직이다.

권태기 "임원들도 과거엔 엘리트였다."

■ 인사발령

  1. 발령 개요

    - 신규 임원 인사

  2. 발령 내용

    - 상무보 승격. 강하나 수석, 박둘 수석, 김세환 수석

    - 상무 승격. 엄근진 상무보, 진지충 상무보

  3. 발령일

    - 2021년 4월 21일


직장인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는 승진이다. 회사가 최대매출과 최대 영업이익 실적을 올렸을 때 받는 PS.( Profit Share)를 받는 것도 행복하지만 최고의 행복은 임원이 되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임원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부서, 본부, 사내 모든 지인, 가족, 친구 등 주변 모든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축하해준다. 고시를 패스한 것과 같은 정도의 축하를 받을 일이다.


짧게는 십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그 간의 실적을 경영진 또는 주주로부터 인정받아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의심의 여지 없는 회사를 위한 공헌도와 실력, 최소 전설이라 부를만한 눈부신 성과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재직 중 보여준 꾸준한 활약과 신뢰도, 고객의 평가로 비로소 거머쥘 수 있는 자리다. 그런 활약을 보여줬기에 회사를 위한 Key Man으로 인정받은 것이고 그에 걸맞는 더욱 굵직한 성과를 이뤄내기를 기대하며 앉혀주는 자리다. 100명 중 1명 정도만 앉을 수 있다는 그 모든 경쟁을 뚫어낸 성과는 덤이다.


기업 내에서 임원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임원이라는 직함과 그 자리는 사실 당사자에게 있어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자리다. 여태 결재를 바라던 자리에서 결재를 해야 하는 자리에 앉은 것이다. 그룹웨어(Group Ware)에 본인의 서명이 그래픽화 되어 업로드된다. 결재하는 순간 그래픽화된 본인의 서명이 찍히는 것이다. 임원 이하 직책자의 그것과는 격이 다르다.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가 커지고 투자에 대한 결정도 가능해진다. 충원에 대한 권한도 생기고 인사부서를 더이상 귀찮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구성원들이 회사가 돌아가게끔 움직이는 Unit이라면 임원은 결정권을 가지고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는 head가 된다. 그렇기에 그 영향력에 대한 책임 또한 엄청나다. 임원은 정직원이 아니다. 계약직 전문가로서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막강한 권한에는 정해진 임기가 없다. 경영진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Out될 수 있다. 엄청난 Risk를 지고 앉는 자리다.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기업에서라면 그렇다. 훌륭한 성과자가 임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런 사람이 임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전용 사무실과 차량, 기사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임원진으로서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성과가 없을 시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철저하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조직인 기업은 그 어떤 조직보다 특수한 절차(채용 전형)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고 철저하게 이익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사내에서의 모든 일은 철저하게 기업의 수익을 위한 활동이다. 사실 수익을 위한 빈틈 없는 활동을 위해 효율성이든 시스템이든 인적구성이든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사람이 모이는 모든 형태의 조직은 구성되는 순간 사람의 조직으로서 문제를 가지기 시작한다. 기업으로서의 목적을 상실한 듯한 행태가 곳곳에서 발생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경영진의 목적 상실을 들 수 있다. 이상적인 경영진은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르는 순간 공격적인 확장이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등 경영의 고도화를 꾀하게 된다. 이 때 기업은 이상적인 재무제표를 얻게 된다.


반대로 의지가 박약한 경영진은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르는 순간 되도록 자리를 오래 지키려는 안정적인 경영을 고수하게 된다. 이 때 기업은 별다른 지속성의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산업흐름의 변화나 시대상을 따르지 못하고 서서히 추락하게 된다. 재무제표 또한 점차 허약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때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경영진들은 무기력하고 나태해지며 그런 양태를 조직에 전파하여 조직을 서서히 괴멸시키게 된다. 말했듯 이상적인 경영진은 국내 기업 중 1%도 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존재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사가 성장했을 경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좀비같은 경영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경영진의 모습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그들의 모습이다.


"김부장 지금까지 고생했어. 이제 임원도 됐으니까 잘해. 주말엔 라운딩도 많으니까 연습 좀 해둬."

"Risk? 그걸 누가 몰라? 당신들이 똑바로 일하면 Risk 따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거야.?

"나보고 그 얘기를하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해결해줘야해? 그러면 당신들 존재 이유가 뭐야?"

"회사는 당신들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굴러가는거야. 우리 선배 임원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키워놨는데."

"사장님한테 매일 욕먹는 게 다 당신 때문이야."

"이걸로 나보고 사장님한테 보고하라는거야? 당신들은 당신들밖에 몰라?"

"내가 있는 동안 투자는 없어. 더이상 나 힘들게 하지마. 이걸로 얼마나 벌 수 있는데? 고객한테 확인받아와."


임원이 되는 순간 마치 고생이 끝나기라도 한 것 같다. 아니다. 임원 자리에 앉힐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더욱 매진해야 한다. 그래서 억대 연봉을 안기는 것이고 더욱 위험한 자리이기에 그만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고생이 끝나 누리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치 정규직으로서 회사의 살림을 이끄는 귀찮은 짓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회사를 활보한다. 마치 보장된 임기인양 행동한다. 경영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경영진으로서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마치 일에서 졸업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에겐 퇴근시간도 출근시간도 정해진 것이 없다. 단지 경영진, 대표이사, 이사회, 대주주와의 약속만 잘 지키면 된다. 그리고 임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먼저 언급한 이상적인 경영진은 이 시점에서 더욱 일에 매진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 주변의 흔해 빠진 경영진은 이 시점부터 일을 손에서 놓는다.


대한민국 기업의 99%에 해당하는 임원들은 업적이나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현재의 임원들은 서로의 실력을 모른다. 그저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정신없이 고객과 만나 접대하고 열심히 선배들에게 손바닥을 비빈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고생한 순서대로 자리를 만들어 준 기억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를 보호하려 애쓰고 마치 한 교실에서의 추억을 나눈 학우들처럼 행동한다. 온갖 수를 동원해 그들만의 자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성희롱, 성추행, 치명적인 오판으로 인한 경영악화, 사내 비리, 음주운전, 뇌물 등 대기업에서 일어났다면 당장 뉴스에 도배가 될만한 짓들도 99%의 그들끼리는 보호 대상이다. 무슨 짓을 해도 계약을 굳건히 유지한다. 그리 쉬운 해지도 그들끼리는 정규직 해고보다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임원을 Ultra 정규직이라 칭한다.


임원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기간이 있는 분야별 전문가다. 그리고 그 계약은 언제든 파기가 가능하다.


계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해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액연봉을 받는 분야별 전문가로서 업적에 따른 보상을 할 수도 있고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사이 회사는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고 육성해 새로운 임원감을 키워내야 한다. 그 인재의 잠재력을 끌어내 회사를 키우기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인재에게 명예와 돈을 안기고 회사의 자랑으로 그 다음 인재를 끌어내기 위한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당신. 당신의 사무실과 지급폰, 자동차, 기사, 비서, 회원권, 각종 숙박권, 비즈니스석은 안정된 인프라속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라는 의미는 5%도 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일을 하지 않는 당신은 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라면 더욱 조심하고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 다른 회사와 계약은 두려워 엄두도 못내는 당신, 사실상 아무 기업에서도 제의를 받지 못하는 당신. 진정 당신이 임원급인지를 생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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