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당신의 Title은 당신이다."
입사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회사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게 된다. 밖에선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1. 신입사원 연수 이후엔 관심도 없던 회사의 역사부터 선배들이 줄기차게 자랑처럼 늘어놓는 역사 외전.
2.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선배나 임원들의 전설이 알고 보니 별 것 아닌 사실.
3. ‘나 때는 말이야.’ 외치지만 나보다 경험이 적고 내가 하는 일이 그들은 해본 적도 없는 일이라는 사실.
4. 회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알고 보니 공무원과의 결탁으로 인해 만들어진 엉터리였다는 사실.
5. 그냥 모르고 있을 때가 더 좋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지금 상당히 인정을 못 받고 대우도 형편없다는 사실.
6. 이 회사는 직원들과의 소통에는 관심 없다는 사실.
7. 노동법은 회사 입장에서 적이라고 말하는 경영진의 얘기를 들은 기억.
8. 임원진의 범죄에 가까운 행위에도 그저 쉬쉬하는 회사.
9. 그 밖에 수도 없이 많은 몰랐던 사실들.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배신감이다. 이런 사실들에 놀란 나머지 나름 진위 여부를 따져보지만 따질 수록 드러나는 사실은 확신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저 월급 잘 나오고 나에게 피해 오는 일만 없다면 다닐만한 회사라는 전제조건 하에 관심없는 사실일 뿐이다.
개인이 느끼는 영향은 회사 내의 조직과 조직 내 사람들로부터다. 다른 부서나 그룹에선 알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다. 개인에게 있어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대다수의 이직 사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1. 평가, 급여.
2. 군대식 조직 문화.
3.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의 범위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보다 훨씬 넓다.)
4. 직장 내 괴롭힘. (이 역시 10년차 이상 직장인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범위가 넓다.)
5. 부당노동행위.
6. 부당 평가, 승진 누락.
7. 그 밖에 수도 없이 많은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
소속감이 짙거나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사는 일부 구성원들과 살아지는 대로 살아온 대다수 구성원들,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마저도 버거워 퇴사 자체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마저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조직을 벗어나기가 두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미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 경우 조직이나 구성원에서의 영향력은 없다. 외부 요인일 경우가 대다수다.
1. 꿈이 생겼다.
2. 더이상 직장생활은 못하겠다.
3. 가족문제 등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 지식에 따라 위에 어떤 사유라도 어떤 이에게는 이직의 발단이 된다. 직장생활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이직의 계기가 생기고 이직의 기회가 생긴다. 계기를 동기로 하여 실제 이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실행하는가. 아니면 끊임없이 고민하며 망설이다 시간이 흐르는가. 운이 좋아 이직을 생각할 무렵 다른 기회가 생겨 이직의 필요성이 없어지는가. 변수는 많지만 이직은 어떤 형태로든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런 기회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월급, 능력 등 여러가지 요소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직은 복잡한 심정으로 진행한다. 변수도 많다.
1. 결심한다.
- 회사가 싫다. 뛰쳐나가고 싶다. 저 인간이 싫다. 이 상황이 싫다.
- 이 일이 싫다. 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 공채 정보를 찾는다. 잡포탈에 이력서를 올린다. 기다린다.
- 변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그 인간이 사라졌다. 상황이 좋아진다.
2. 결심이 변할 순 없다.
- 경력공채에 지원한다. 헤드헌터와 접촉한다. 기다린다.
- 공채에서 떨어졌다.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없다.
- 변수. 상황이 달라졌다. 뛰쳐나가기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 일 대신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3. 결심한다.
- 확실하지 않은 미래라면 어디에서도 같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 받아주는 곳이 없다.
- 변수. 상황이 좋아졌다. 뛰쳐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 다시 결심한다.
- 역시 이 조직은 틀려먹었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역시 떠나야 한다.
- 공채는 버리자. 헤드헌터를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수많은 변수에도 이직은 언제든 발생한다. 생각보다 쉽게도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다. 단지 개인의 고민과 선택에 있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A사에서 B사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B사에서 A사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각자 원하는 바가 있어 이직을 시도하지만 각자의 회사에서 한계를 느낀 것이다. 이것이 이직을 더욱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그렇다고 이직을 대단한 결심 따위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관계형성과 자리 맞춤에 대한 번거로움이 있을 뿐 언제든 가능한 것이고 그럴 필요도 있기에 가능하다면 해보는 것도 좋다.
이직을 바라보는 기업의 생각은 또 다르겠지만 기업을 대변하는 임원이나 인사부서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직은 배신이 아니다. 이직은 배신에 따른 반응이다. 수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직은 결론이다. 이직이 잦은 기업이라면 다른 생각은 말고 퇴직면담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찾기 바란다. 퇴직면담을 통해 왜 퇴사를 원하는지를 조사하고 이직하려는 기업을 조사하기 바란다. 분명 우리에게 없는 것을 제시했거나 실체화 시켰을 것이다. 우리 회사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기 바란다. 떠나려는 직원을 데리고 이상한 생각이나 말은 행하지 말기를 적극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