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두운 이른 새벽, 꿈을 꿨는지 엄마 품으로 온 오복이가 말한다. 목을 가다듬더니 저음으로 머릿속의 문장을 읊었다.
“엄마,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는 운이래요. 운을 찾는 동안 우리는 행복을 밟고 있어요.” 학교에서 들었는지, 외우기 싫어하는 하지만 마음에 든 이야기였나 보다.
다음날, 미래의 철학자 오복이는 속상해하며 터덜터덜 하교한다. 눈에서는 나뭇잎에 맺힌 이슬 모양의 동그란 눈물방울들이 쉴 새 없이 떨어진다. 무릎에 앉히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만 피하기만 한다. 이럴 때면 안아주고 토닥거리는 수밖에 없다.
“카페 안 가서 속상해서 그래? 오팔이 하원 시간이 겹쳐서 원하는 곳으로는 못 가. 가까운 곳이라도 갈래?
대답을 안 한다. 오복이가 가는 카페는 30분 걸리는 한 곳뿐이다. 이런 까다로운 남자여.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대꾸도 안 하고 힘이 빠진 채 내 몸에 의지해 눈 만 내리깔고 있다. 그래, 나도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한참을 기다렸다. 속상한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잘거리던 딸 같은 아이가 이럴 때면 걱정이 된다.
사진: Unsplash의Jordan Whitt
오복이는 매주 수요일 방과 후 농구 수업을 듣는다. 형들이 떠들고 지적받아 어쩌다 한 번 있는 게임데이를 못하게 되어 속상했다며 그때가 또 떠오르는지 너무 슬피 울기 시작했다. 고작 그런 걸로 우나 싶었으나, 참았다.
'단체 생활이 원래 그렇고, 앞으로도 그런 일 많을 거야.'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에게 사랑 가득, 다정함 넘치는 목소리로 톤을 조절하며 말했다. '엄마는, 너의 소중한 시간이 안타까워.'라 말해도 원하는 말이 아닌 듯 비슷한 사춘기 모션을 취하며 돌아다닌다. 물론, 알고 있다. 저러다 말 거라는 것을. 진정 타임이다. 속으로 이름을 부르며 참아 본다.
곰우야, 참자, 이제 곧 정신 차릴 것 같아, 잘하고 있어. 잠시 고개 돌리고, 시선 돌리고 브런치 보고 있자.
매일 시험에 들지만 오늘의 시험은 탈락이었다. 결국에는 우렁찬 목소리를 들려주고 일단락되었다.
새벽녘, 오복이 방을 정리하다가 본의 아니게 오복이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의 브런치와 같이 시작된 그의 비밀 일기. 엄마가 볼 걸 예상한 건가, 걱정되었는지 warning을 곳곳에 잔뜩 적어 놓았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세 개의 글이 있었는데, 하나는 좋아하는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또 다른 하나는 엄마가 화내면 엄마가 싫다는 한 문장이었다. 두 글이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지만 내 몸속 장기는 시퍼런 멍으로 물드는 것만은 같았다. - 초등학생 시절 나도 그랬다. 아니, 오히려 못됐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혼이 난 게 억울했었는지 엄마 보란 듯이 책상 위에 써놓고 책으로 살짝 가려놨으니까. 왜 그랬는지 기억은 없지만 내가 잘못했겠지. 빡빡 티 안 나게 지우라는 말을 들었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 - 나는 오복이에게 이 말 저 말 다하는데 어리다고, 자식이라고 말 못 하면 많이 답답하겠지. 읽게 되어 미안하지만 좋든 나쁘든 감정을 표현하고 토해내는 다이어리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오늘 하루 아이에게 보여줬던 행동과 눈빛을 떠올리고 반성한다. 이어서 얼마 전의 오복이의 질문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첫사랑이 있었어요? 세상에. 그래서 물어봤었구나. 갑자기 질문해서 대충 대답하고 지나갔는데. 퍼즐이 맞춰진다. 우리 아들 컸구나, 기특하다, 귀엽다 웃어보았지만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컸다. 역시나 내가 문제인가 보다.내 새끼가 자라는 걸 볼 준비가 안 되었나 보다. 모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인데. 앞으로 다가올 무수히 많은 변화들을 환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동생과 서로의 발을 안고 반대로 사이좋게 잠들어있는 오복이를 바로 눕히며 가득 뽀뽀를 날리고 팔베개를 한다. '미안해. 매일 엄마 용서해 주고, 사랑해 줘서 고마워.'라 속삭이며, 숙면에 빠진 아이를 방해해 본다.